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국내 제약사 개발 신약에 대해 제네릭(복제약) 개발사의 특허 도전이 거세다. 출시된 지 만 5년이 지나지 않은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향해서 특허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HK이노엔 본사. /사진=HK이노엔


▶기사 게재 순서
①'미국서만 24조'… 휴미라발 특허만료 바이오시밀러 시장 요동
②인수하고 분리하고… 특허만료 올드드럭 활용법
③케이캡도 풀린다? 특허만료 국산 신약 셈법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 테고프라잔)은 출시된 지 만 5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제네릭(복제약) 개발사의 관심이 높다. 아직 복합제가 나오지 않은 테고프라잔 단일 성분만으로 2022년 원외처방실적 125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의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HK이노엔은 케이캡으로 2028년 100개국에 진출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케이캡은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기 제품이다 보니 특허만료 시점이 2031년 8월 이후임에도 제네릭 개발사의 특허 회피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HK이노엔은 제형변경 등을 통해 기존 환자의 편의성을 높여 환자를 묶어두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케이캡. /사진=HK이노엔


연간 1000억원 매출 케이캡, 특허 전쟁 발발

케이캡에 2031년 8월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36년 3월 만료되는 결정형특허가 있어 특허만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제네릭 개발사의 특허 회피 도전이 매섭게 이어지고 있다.


제네릭 개발사 중 삼천당제약이 가장 적극적인데 지난해 12월 케이캡의 결정형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했고 지난 1월 물질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했다. 결정형특허 심판에는 제네릭사 80곳이, 물질특허 심판에는 60여곳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극적 권리확인 심판이란 원고의 권리행사가 기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심판으로 여기에서 원고인 제네릭 개발사들이 승리한다면 제네릭을 출시해도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HK이노엔은 "내부적으로 케이캡 특허방어 전략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략상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제네릭사들이 적응증 쪼개기 전략을 통해 케이캡의 특허를 회피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적응증을 하나로 묶어 특허를 냈기 때문에 제네릭사의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을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함으로써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2년 5월 녹여먹는 구강붕해정을 내놨고 2021년 6월 중국 제약사 뤄신에 케이캡을 주사제로 개발하는 권한을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케이캡은 201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30호 신약이다. 투약 이후 30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야간에도 우수한 위산분비 억제력을 보여 안정적 수면을 가능케 한다. 식사 전후 어느 때에도 복용할 수 있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기반의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중국과 필리핀에 출시 중이며 몽골, 싱가포르, 멕시코, 인도네시아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태국과 베트남 등 26개국에서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품목허가 신청을 앞뒀으며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의 물질특허가 지난 2월1일 만료됨으로써 제네릭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은 다양한 치료성분을 결합한 복합제를 출시함으로써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보령의 카나브패밀리 제품. /사진=보령


'카나브패밀리' 보령, 복합제로 시장 장악 자신감

지난 2월1일 카나브(성분 피마사르탄)의 물질특허가 만료돼 카나브 제네릭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나브는 2010년 9월 보령이 자체 개발한 국산 15호 신약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고혈압 치료제다. 보령은 카나브에 다른 성분의 고혈압 또는 지질혈증 치료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를 개량신약으로 내놓으면서 카나브패밀리를 구축해 왔다.

보령은 ▲카나브 ▲카나브에 고혈압 치료약물 암로디핀 결합한 듀카브 ▲카나브에 고지혈증 치료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투베로 ▲듀카브에 로수바스타틴 성분을 결합한 듀카로 ▲카나브에 고지혈증 치료약물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아카브 ▲카나브에 이뇨제 성분을 더한 라코르 등을 카나브패밀리로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듀카브에 이뇨제 성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를 결합한 듀카브플러스도 추가했다.

보령은 2022년 카나브패밀리 매출로 130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듀카브의 연간 매출은 460억원 수준으로 카나브패밀리 중 가장 높아 제네릭 개발사의 도전이 특히 거세다. 알리코제약과 하나제약, 한국휴텍스제약, 신풍제약은 3월1일 피마사르탄 60㎎에 암로디핀 5㎎을 결합한 듀카브 제네릭을 1정당 건강보험 급여 상한금액으로 631원을 등재한다. 듀카브 1정의 급여가 768원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해 듀카브 매출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4월에는 제네릭 개발사 23곳의 듀카브 제네릭도 급여등재된다. 반면 어떤 제네릭 개발사도 듀카브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피마사르탄 30㎎에 암로디핀 5㎎을 결합한 핵심 용량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듀카브 매출이 견고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보령 관계자는 "듀카브 출시를 위한 핵심 특허는 살아 있는 데다 카나브 제네릭 출시를 위한 생동성 시험에 성공한 곳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은 제네릭사의 도전을 계기로 피마사르탄 시장이 커지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카나브로 시장 입지를 확고히 다져놓은 만큼 카나브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를 지속 출시해 제네릭 출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듀카브에 이뇨제 성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성분을 결합한 3제 복합제 듀카브플러스를 출시했다. 보령 관계자는 "다양한 카나브패밀리 라인업을 구비하면 환자들에게 맞춤형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