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가 6월20일 열린 머니톡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기준금리의 상승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한파에 빠진 가운데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경매 시장은 금리 인상 여파가 즉각 반영되는 매매 시장과 달리 금리 조정과 시장 상황 변화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므로 투자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난 6월20일 머니S가 주최한 제17회 머니톡콘서트 '불황 파고 넘는 부동산 투자전략'에서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상업·업무시설 경매시장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며 경매 투자 기회는 올해가 아닌 내년이 적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0억원대 상속 경매, 낙찰가율 올려

올해 1월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울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백영청담빌딩(최초 감정가 976억4586만원)이 경매에 등장했다. 해당 물건은 A씨 형제간 상속을 둘러싼 공유분할 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경매로 등장하게 됐다. 강 대표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형제 사이인 것으로 추정했다. 1차 매각기일 당시 1517억원대에 낙찰됐으나 대금 미납으로 실제 매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낙찰자는 형제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임을 고려할 때 낙찰을 통해 소유권을 유지하려다 입찰 금액을 너무 높게 쓴 것으로 보인다"며 "낙찰자가 경매 물건에 대해 300억~400억원의 지분을 보유했지만 입찰 금액에 비해 너무 낮은 금액이다 보니 낙찰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건물은 지난 4월 2차 매각에서 1250억원을 써낸 제3자에게 팔렸다.

강 대표는 이 같은 비정상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통계의 부정확성을 지적했다.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낙찰 포기 전 가격이 통계에 반영됨에 따라 '감정가 대비 낙찰가비율'(매각가율)이 올라간 것이다. 이는 경매 통계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낙찰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대법원이나 경매정보업체 등은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하기 전에 통계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서울 경매 매각가율은 올해 2월 89.4%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2월 기준 손에 꼽힐 만큼 높았지만 한 달 만인 3월에는 80.7%로 떨어졌다. 강 대표는 "2월에 다른 물건을 고가 낙찰받은 사람들은 통계 부정확성에 따른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고가 땅의 비주거 부동산이 경매로 나오는 현상의 배경엔 A씨 형제 사례와 같은 상속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의 대지 면적 944.5㎡, 건물 면적 277.0㎡인 주유소 건물이 경매로 나왔다. 감정가는 336억4774만원으로 6월 현재 경매 대기 상태다. 강 대표는 "성수동과 같은 알짜 땅에 이런 온전한 매물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아 권리분석을 해보니 원소유자인 A씨 형제들이 토지 외에 강남 등지에 보유한 건물 3채와 주차장 등이 전부 경매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대지 면적 1510.3㎡, 건물 면적 7413.3㎡의 건물은 1178억1276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매각가율의 106.3%인 1253억원에 단독 낙찰됐다. 5월에는 A씨 형제가 소유한 강남구 청담동 소재 주차장(대지 면적 456.1㎡, 건물 면적 449.0㎡)이 201억733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233억3532만원으로 매각가율 86.4%였다. 이들 형제가 올해 경매를 통해 매각한 금액은 2704억원이다.

강 대표는 "통상 부동산 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주거용 부동산, 수익형 부동산(꼬마빌딩), 매매가 1000억원대 이상의 업무용 부동산(대형빌딩)이 연이어 매물로 등장했다"며 "이처럼 강남권 등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상업·업무용 부동산이 연달아 경매에 나오는 경우 소유자가 부동산 한파를 못 이겨 매각하는 것이 아닌 상속 재산 분할 과정에 있다고 해석된다"며 정확한 권리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경매 투자 적기 내년 초… 부동산 하락 계속될 것"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세 차례 동결함에 따라 현재 3.50%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 법원경매 건수가 가장 많은 해는 2014년으로 20만2145건을 기록했다. 반대로 경매 건수가 최소치를 기록한 시점은 2021년이다. 당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으로 부동산 가격이 고점에 달했다. 경매 물건 수와 부동산 가격은 반비례 그래프를 그린다.

강 대표는 "전국 아파트 가격이 2~3배 뛰던 2015~2017년 전국 경매 물건 수가 15만건 이상이었다"면서 "경매 투자에 참여하는 게 좋은 시기였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매 물건이 20만건 이상인 경우 거시경제 측면으로 부정적인 의미여서 정책 규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올해 법원경매가 12만건 안팎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매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강 대표는 "응찰자가 몰리는 물건이 아닌 매각가율과 매각 건수 등 실제 지표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두 번 이상 유찰된 물건은 적게는 20~30명, 많게는 50~80명이 응찰하는데 현재처럼 부동산이 침체된 상황에 반등 신호로 보면 안 된다는 의미다. 경매 하강기에는 매각가율이 70% 초중반, 매각률이 30% 초반을 나타낸다.

강 대표는 "빨라도 올 하반기나 내년 이후에 경매 시장에 뛰어드는 게 좋겠다"면서 "금리가 오르면 매각가율에 타격이 오는 건 사실이나 조정된 금리가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 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최소 12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하락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바닥론이나 부동산 부양책이 거론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 대표는 "경매 건수가 늘면 부동산 시장은 상승장이 끝나가는 신호"라며 "전국 경매 진행 건수가 2021년 최저(12만4390건)를 찍고 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