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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이 드러난 공공주택 사업장 공정 참여 설계·감리업체와 유착 관계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나섰다. 전직 직원 채용 등 유착 유무와 관계 없이 철근 누락에 책임이 있는 업체에는 불이익을 가할 방침이다.
LH는 2일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단지 설계·감리업체에 현재 전관이 재직 중이거나 과거 재직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LH는 지난달 30일 자사 발주 공공아파트 9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15개 단지에서 반드시 시공해야 할 철근이 누락됐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다음날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업장 명단을 공개했다. 15개 단지 중 시공상 문제가 발견된 곳은 5곳, 설계 단계에서 하자가 있었던 곳은 10곳이다. ▲파주운정 A34(에스아이그룹·에이유종합건축사사무소·한림구조엔지니어링)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범도시건축사사무소·씨에이치구조엔지니어링) ▲수서역세권 A-3BL(숨비·노드플랜건축사사무소, 광장구조) ▲수원당수 A3(이어담건축사사무소, 계명구조) ▲오산세교2 A6(건원종합건축사사무소·케이구조) 등에서 설계 오류가 발견됐다.
앞서 15개 중 8개 단지의 감리 업체에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설계업체 선정에 있어서도 LH와의 유착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7월31일 "지난 4월 붕괴된 검단 LH 아파트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입 업체"라며 LH 전직 직원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 시 혜택을 받았고 LH는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5∼2020년 LH에서 진행한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을 분석한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음이 드러났다.
LH 측은 철근 누락에 책임이 있는 업체 중 전직 직원을 채용한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이후 재취업 제한과 입찰 시 해당 업체에 LH 전직 고위직 재직 여부 등을 확인받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전체 퇴직 직원 수나 현황에 대한 업데이트는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담당 부서에서 전수 조사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조사 결과 입찰 과정에서의 부정이 밝혀지면 해당 업체에는 추후 입찰 제한이나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가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브리핑 현장에서 "민간 기업들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모든 관계자들에 대해선 수사·고발과 법적 책임, 인사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로 감리를 게을리해 위법한 주택건설공사를 하게 함으로써 입주자나 사업주체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설계업체 또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건설기술진흥법'은 설계·감리업자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아 부실시공을 초래하거나 발주청에 손해를 끼쳤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 철근 누락이 밝혀진 현장 중에는 LH가 직접 감리에 나선 현장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건설공사 중 공사규모가 200억원 이상인 공사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책임감리(외부감리)를 받아야 하지만 LH 같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은 자체 감리가 허용된다.
LH 측은 감리 과정에서의 과실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자체 감리와 입찰 비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LH는 특정 현장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전체적인 공사를 운영·통제하는 것일뿐 공정을 함께 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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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