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기준을 높이고 보험사기 전담반을 꾸려도 병원 등의 비급여 과잉진료를 다 잡아내는 건 어려워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인 것 같아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실손보험 적자 주범인 비급여부문 과잉진료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지 2년2개월이 지났지만 사실상 큰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교묘한 수법으로 당국과 보험권의 감시망을 피해가는 일부 병의원들 때문에 계속해서 상승하는 실손보험 손해율. 이를 보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안타까움이 읽힌다.

이런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 2년2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약관개정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비급여 치료와 관련한 일부 특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비급여 보고항목, 보고횟수 등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기준 강화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을 부분 개정하는 것은 1999년 1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손해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가입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로 인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막고 높아진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해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출시 첫 해인 2021년 90%에 미치지 않았던 4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지난해 110%에 육박했다. 위험손해율이 110%라는 것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 100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0만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 4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이 130%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1~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쯤 되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왜 이렇게 떨어지지 않는지 고질적인 원인에 궁금증이 생긴다. 1990년대 말 국민들은 병원 진료비를 절반 가까이 부담해야 했다. 이때 입·통원 진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상품이 처음 등장했고 보장 범위도 상품이 출시될수록 진화했다.

실손보험이 잘 팔리자 보험사는 보험설계사에게 경쟁적으로 판매를 주문했다. 병원은 신이 났다. 실손보험 덕분에 의료비 부담이 적어진 가입자가 병원을 자주 찾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손해율이 치솟은 실손보험은 1~4세대 상품으로 옷을 갈아 있었다.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지급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상품을 변경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금융당국이 출시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4세대 상품의 부분 개정 카드를 꺼냈다. 올 4분기 부분 개정안을 확정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다.

우려되는 것은 금융당국의 개정안이 비급여 과잉진료를 막고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상승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여부다. 선량한 가입자들은 중장기적으로 보험료만 오르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다.

수술대에 오른 4세대 실손보험 취지가 선량한 가입자 보호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5세대, 6세대 실손보험이 더는 나오지 않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