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금융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은이 유류세 인하 종료와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놔 눈길을 끈다.


30일 정상엽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 차장이 펴낸 'BOK 이슈노트: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물가 지표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 물가 안정세는 확실해지고 있다.

다만 충격에 대한 반응도가 높아 아직 충분히 진정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물가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022년 7월 6.3%로 고점을 찍은 후 차츰 내려왔으며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안정기란 경제주체가 물가 지표에 따라 소비·투자 등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고 한 부문에서의 물가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물가가 장기간 목표수준 근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인데 한은은 최근 물가가 이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물가안정기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에서 평균 기간이 3.2년 소요됐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인용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실패한 대부분은 '성급한 승리 선언(premature celebration)'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당국이 성급하게 완화 기조로 전환하면 목표 달성이 더 지연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고인플레이션기에서 물가안정기 진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통화긴축과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물가안정기 진입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실패 사례에 비해 통화정책의 대용변수로 볼 수 있는 '실질단기금리 수준'이 높았고 정책 일관성의 대용변수인 '변동성(표준편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석유 등 특정 분야에서의 물가 충격이 서비스 물가 등 다른 부문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여전하다고 봤다.

특히 유류세 인하 등이 종료되거나 지연된 공공요금이 다시 인상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로 물가상승률의 선행 지표 격으로 활용된다.

한은은 "일부 물가 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며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을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