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지수 ELS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홍콩지수 ELS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오는 9~10일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책임분담금 기준안(배상안)을 최종 확정한다.


은행권에선 ELS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손실 배상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홍콩 ELS 투자자 중 90% 이상은 투자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여서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에서 손실을 100% 보상받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9~10일 홍콩 ELS에 대한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만기 도래 원금은 올 1월부터 2월28일까지 1조9851억원이다. 이 중 9308억원이 상환되면서 손실액은 1조543억원으로 확정 손실률 평균 53.1%를 기록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켕신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기준안 초안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시장 예측성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다음주 주말을 넘기지 않은 시점에 금융당국이 정리한 방향성을 말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에만 5조원 이상 손실 전망… DLF 사태 당시 배상은

홍콩 ELS는 2021년부터 14조원 규모로 판매돼 올 상반기 만기 상환 금액은 10조원 넘게 집중돼 있다. 현재 손실률을 반영하면 상반기에만 5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홍콩ELS 책임분담금 기준안(배상안) 발표를 앞두고 대표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해 40~80% 범위에서 특정 배상 비율을 제시했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9년 DLF 사태 때는 6건의 사례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했다. 사례별 비율을 보면 80%, 75%, 65%, 55%, 40%(2건) 등이었는데 이 중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 환자에게 적용된 80% 배상비율은 역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DLF의 경우 상품 설계 자체에서 문제가 지적되며 감독당국이 불완전상품으로 인정한 반면 홍콩 ELS상품 자체가 아닌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가 쟁점이다.

현행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상품 판매업자에게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부당 권유 행위 금지 ▲계약 서류 제공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복현 원장은 "과거 사모펀드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서 배운 점을 감안하지만 이에 구애받지 않고 훨씬 더 다양한 이해관계나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될 책임분담 기준안에는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홍콩 ELS는 공모 펀드로 투자자가 DLF보다 다양한 데다 재가입률도 90%를 웃돌아 배상 비율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 ELS 판매 중단에 발행량 전월 대비 47%↓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 ELS 사태로 지난달 1~28일 ELS 발행 금액은 8851억원으로 전월(1조6667억원) 대비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2조2020억원)와 비교해선 60% 줄었다.

지난달 29일을 포함해 올 2월 전체 ELS 발행액이 1조원 이하로 최종 집계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었던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ELS 발행량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홍콩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그동안 ELS는 은행 판매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 40조1000억 중 은행 신탁 판매 비중이 62.8%에 달했다.

통상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 계정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해 왔다. ELS 판매 중단으로 해당 시장이 위축되면 증권사들은 운용 수익을 잃고 자금조달 리스크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