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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표면상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경영 상황이나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배당 확대, 펀드 측 추천 인물의 이사회 진입 등을 요구하며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기업에는 이렇다 할 방어 수단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정기 주총 시즌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영향력 확대가 핵심 이슈가 됐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정책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 강화에 명분을 실어줬다.
실제 주요 기업들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로 인해 표 대결을 벌여야 했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의 경우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금을 사측 안건인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보다 훨씬 높은 보통주 4500원, 우선주 4550원을 제안하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까지 요구하는 탓에 표 대결을 진행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으로 삼성물산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해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주총에서 사측 안건에 힘을 실어준 주주가 더 많았던 덕분에 표 대결은 삼성물산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내년에도 또다시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주주제안을 해올 공산이 크다.
삼성물산 외에도 금호석유화학, KT&G 등도 올해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됐다. 이들 역시 표 대결 끝에 사측이 승리했지만 추가 자사주 소각을 비롯해 환원 규모를 늘려야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는 기업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데이터 리서치기관 딜리전트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 23개국에서 총 951개 회사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2022년 875개사보다 8.7%, 2021년 773개사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2019년 8개사에서 지난해 77개 사로 급증했다. 기는 조사 대상 23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최근엔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수익률 제고의 수단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면서 기업에 대한 공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무리한 공세를 벗어나기 위해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에서 비상장 전환한 기업 수는 2015년 47개사에서 2022년 135개사로 3배 이상 증가했는데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은 그 주요 원인이 행동주의 펀드 공격 강화에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도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외에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자사주 매입마저도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재계는 상장사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적극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하며 차등의결권 주식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 부여해 지배권을 보장하는 주식이다. 한국은 그동안 꾸준히 포이즌필 등의 도입을 논의해 왔지만 재벌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반대 여론에 막혀있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한국이 기업 밸류업 제도를 벤치마킹한 일본은 감사위원 3% 제한 및 분리선임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데다 이미 20년 전 적대적 인수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주주 행동주의 부상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모하는 만큼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 프레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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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동행미디어 시대 산업1부 재계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