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순서
① 멈춰 선 포드, 벤츠·현대도 '자율주행' 브레이크
② 고개드는 중국차… 자율차 투자 늘리는 BYD·지리
③ 운전대 접히고 의자 돌아가고…車 개념 바뀐다


스티어링휠이 물리적으로 바퀴와 연결되지 않는 차세대 스티어링 기술. /사진=HL만도
스티어링휠이 물리적으로 바퀴와 연결되지 않는 차세대 스티어링 기술. /사진=HL만도


#운전자가 자율주행모드를 실행하자 거추장스러운 운전대와 페달이 보이지 않도록 접히고 숨어있던 디스플레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트도 회전하며 함께 탄 사람이 마주 볼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꾼다.


자율주행시대엔 자동차의 공간 개념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차에 타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 이동했지만 앞으로는 가정의 거실처럼 편안히 마주 보는 소통의 공간으로 바뀐다.

이동하는 공간 대신 생활하는 공간으로

기아가 선보인 PBV 콘셉트/사진=기아
기아가 선보인 PBV 콘셉트/사진=기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물론 부품사와 가전회사들까지 자동차 전기·전자장비(전장)에 힘을 쏟고 있다. 다가올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만, 콘티넨탈 등 글로벌 전장업체들은 대형 디스플레이와 최고급 카오디오는 기본, 증강현실도 접목하며 새로운 인터페이스(인간과 컴퓨터 등을 이어주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샤이-테크'(shy-tech)다.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도록 설계된 기능을 일컫는 말인데 자율주행시대엔 필수로 꼽힌다. 접혀있다가 펼쳐지거나, 숨어있다가 나타나는 식이다.


점점 거대해지는 모니터는 사람이 운전할 때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감춰지지 않고 고정된 형태라면 시동이 꺼졌을 때 까만색 화면이 미관상 좋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이에 자동차의 넓은 면에 설치되는 대시보드 나무 장식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완전한 자율주행차라면 굳이 앞만 보고 있을 필요가 없는 만큼 시트 배열에 맞춘 인터페이스 변화도 필요하다. 시트 방향이 바뀌었을 때 활용할 버튼이나 디스플레이, 컵홀더 위치도 함께 고민해야 해서다. 안전성도 그대로 유지해야 해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에어백도 개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포티투닷이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셔틀버스 /사진=포티투닷
포티투닷이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셔틀버스 /사진=포티투닷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구현가능한 자율주행 수준에 맞춰 자동차 공간을 재해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세븐' 콘셉트카도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그룹의 'E-GMP' 등 전용 플랫폼 설계가 적용된 전기차의 경우 차 바닥에 불쑥 솟은 '센터터널'이 없어서 공간 변형이 자유롭다.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려는 노력은 이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 앞좌석에는 무려 50인치에 달하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BMW 신형 7시리즈 뒷좌석에는 8K 화질의 31.3인치 스크린시어터가 있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내부의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감춤으로써 새로운 공간과 기능으로 만들어내는 게 자율주행차 설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서비스 준비하는 車업계

시트 배열이 바뀐 자율주행차의 에어백 전개 장면 /사진=현대모비스
시트 배열이 바뀐 자율주행차의 에어백 전개 장면 /사진=현대모비스


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중심의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 개념의 결정체다. 기존 기계중심의 시각으로 하드웨어를 강조한 제품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능 구현을 위한 설계가 필수다.


오랜 시간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온 대부분 완성차업체들은 기계 중심의 설계를 이어왔는데 큰 틀의 변화 없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설계를 적용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수많은 오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서 명령을 내리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발생한 문제는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Over the air)를 통해 대응하고 있음에도 한계는 분명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운전 면허 도전 캠페인 영상 캡쳐 화면 /사진=현대차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운전 면허 도전 캠페인 영상 캡쳐 화면 /사진=현대차


이에 완성차업계는 엔비디아 등 주요 업체의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기술 내재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이어가는 중이다.

자율주행업계 관계자는 "SDV 구현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되면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자동차 제조사 들은 다양한 기능을 구독 형태로 판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분화된 통신사 요금제처럼 자동차 기능별 요금제가 도입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점차 콘텐츠 감상은 물론 결제 등 모든 기능 구현이 가능한 움직이는 스마트폰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차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각종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파트너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