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이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51주 연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 상승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뉴스1
서울 전셋값이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51주 연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 상승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뉴스1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맥을 못추는데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 역전세 현상이 심각했지만, 현재는 전세 품귀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리포트] 전문가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절반 뚝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07%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52주 연속 오르며 1년 내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신축·역세권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신규 계약 가능한 매물 감소로 그동안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구축 저가 단지에서도 상승거래가 발생하는 등 전체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전세값 상승 주요 원인으로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수요자들이 비아파트 대신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찾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을 꼽는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4일 기준 2만9450건으로 전세 매물이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해 1월(5만5882건)과 비교하면 약 절반 수준까지 실종됐다.

귀해진 전세 매물로 임차인들은 전세 계약을 갱신하며 전셋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갱신 비중은 1년새 10%포인트(p)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전세 갱신계약 10건 중 6건은 전세 보증금이 커지기도 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건수는 294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전세계약 건수(8162건)의 36% 수준이다. 10가구 중 약 4가구가 갱신계약을 한 셈이다. 갱신계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10%포인트 늘었다. 전셋값이 오르자 세입자들이 주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전셋집을 찾기보다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약 갱신 늘고 보증금 껑충… 평균 4900만원 늘어

증액 갱신 비중도 1년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갱신계약에서 증액 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942건 중 1710건으로 58%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41%·3568건 중 1456건)과 비교해 17%포인트 증가했다.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기간을 연장하며 기존보다 전세보증금을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다.

전세보증금 상승 수치는 지난 1월 54%에서 2월에 58%로 올라선 뒤 줄곧 58%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증액 갱신 1710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 보증금은 평균 4879만원 늘어난 반면 보증금 감액 갱신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감액 갱신 비중은 2942건 중 733건으로 25%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4월(44%·3568건 중 1567건)과 비교해 19%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월(33%)과 2월(28%), 3월(26%) 역시 줄었다.

감액 폭은 지난해 4월 평균 1억1606만원에서 올해 4월 평균 7826만원으로 3780만원 줄어들었다. 전세 보증금 동결 비중은 같은 기간 15%에서 17%로 소폭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올해 역시 신규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139가구로 전년(3만610가구)보다 21% 줄었다.

공급 물량 적고 갱신계약마저 늘어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적은 상황에 기존 세입자들의 전세 갱신계약까지 늘면서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은 전셋값 상승폭이 유지되는 반면 지방은 하락해 양극화가 심각하다. 올 1월 시행된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대출로 인해 수요자들의 서울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가 대상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기준, 보증금 5억원 이하 임대차계약 시 최저 1%대 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이에 서울 중저가 아파트로 출산 가구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셋값 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 수요가 거의 없어 수요자들이 임차 시장에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과 서울 주요 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면서 "저금리에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대출도 출산 가구에 영향을 미쳐 전세로 몰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전셋값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을 받아 새로운 집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이 전세 수요로 계속 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오피스텔과 빌라 등이 전세사기 여파로 기피되면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린 것도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해선 "대출을 풀면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세 수요가 폭증해 전셋값 상승을 유도하는 부작용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