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순례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한 무슬림 순례자들의 모습./사진=로이터
하지 순례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한 무슬림 순례자들의 모습./사진=로이터


기록적 폭염으로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1000명이 넘는 순례객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각) 미국 CNN방송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지에서 순례객을 보호할 의료진과 기본 시설, 물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사우디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지라르 알리(40)씨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너무 많고 의료진이 부족했다"며 "그들은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고, 그래야만 조치를 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CNN은 하지 기간 부모를 잃은 미국인의 사연도 전했다. 사이디 우리 씨의 부모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평생 꿈이었던 성지순례를 떠났지만, 메카의 아라파트 산에서 실종됐다.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에 치러진다. 무슬림은 일생에 반드시 한 번은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 성지순례를 해야 한다. 사우디 당국은 국가별 할당제를 통해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관광비자 등을 통해 사우디에 입국한 후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인원도 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하지 기간이 여름과 겹쳐 폭염으로 심혈관 질환, 열사병 등으로 숨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집계된 공식 사망자 수는 약 500명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실제 사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AFP 통신은 올해 온열질환 등으로 인한 순례객 사망자는 1126명으로 집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망자 수를 117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집계된 사망자 수 2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