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을 만 64세로 정했지만 이사회의 의결을 얻지는 못한 상황에서, 정년에 도달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정년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3월 사회복지법인 B 재단에 3개월간 장년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같은 해 6월 정규직 무기 근로계약을 맺고 센터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A 씨는 만 59세였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은 만 55세였다.


그러나 2021년 6월 14일 B 재단은 A 씨에게 25일 자로 "정년을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통보하고, A 씨를 정년퇴직 처리했다.

A 씨는 같은 해 9월 정년퇴직 처리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정년을 만 64세로 정한 개정 취업규칙이 A 씨를 정년퇴직 처리하던 시점에 유효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A 씨 측은 "2020년 9월 개정된 취업규칙은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데도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아 무효"라며 "무효인 개정 취업규칙상 정년 조항에 근거한 정년퇴직 처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B 재단 측은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정됐고, 이사회 의결 절차는 내부적 절차에 불과해 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개정 취업규칙의 효력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며 "개정 취업규칙에 따른 정년 조항은 A 씨에게도 적용된다"고 맞섰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B 씨가 "정년에 도달한 것이 명백하므로 정년퇴직 처리는 정당하며 부당해고라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22년 4월 개정된 취업규칙이 2020년 9월로 소급 시행됐으므로, 2021년 6월 시점에 개정 취업규칙에 따라 64세 정년에 도달한 A 씨는 B 재단과의 근로관계가 당연종료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관계의 당연종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정년 도달에 따라 근로관계가 당연종료됐는지는 당연종료 여부를 다투는 시점에 유효한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소급해 적용되는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정년퇴직 처리 당시인 2021년 6월 25일 개정 취업규칙은 이사회 심의·의결을 얻지 못해 효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시점을 기준으로 유효하지 않은 64세 정년을 근거로 근로관계가 당연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사회 심의·의결이 있은 2022년 3월 24일부터는 개정 취업규칙상 64세 정년이 원고에게 적용될 수 있는데, 이때 이미 원고는 64세를 도과했다"며 "원고가 64세 정년 도과 이후 B 재단의 동의하에 근로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의 근로관계는 2022년 3월 24일 자로 당연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