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가 중증장애인 주 도움 제공자(주 보호자) 현황. /자료제공=경기복지재단


늙은 부모가 중년의 장애 자녀를 돌보는 가구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부모 사후의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재가 중증장애인 보호자 2명 중 1명은 60대 이상 고령자로 조사됐다.


3일 경기복지재단이 발표한 '2025년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재가 중증장애인 삶은 가족 중심 돌봄 구조 속에서 고령화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중증장애인은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주로 가정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을 의미한다. 이번 실태조사 대상은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지체, 뇌병변 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다.


재가 중증장애인 일상생활에서 주 도움 제공자는 부모가 58.7%로 압도적이었으며, 활동보조인력(19.7%), 배우자(12.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보호자 평균 연령은 59.0세였으며, 60대 이상 고령 보호자 비율이 46.1%에 달했다.

건강 및 사회적 고립 분야에서는 응답자 38.4%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쁨'으로 평가했다. 60.1%는 3개월 이상 지속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관계망 또한 취약해 가족 외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응답이 36.1%로 조사됐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 창구인 누리소통망(SNS)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43.4%나 됐다.


'자립 및 미래설계 실태' 조사에서는 중증장애인이 타인과 시설 등 돌봄으로부터 자립하려는 잠재적 욕구와 현실적 장벽,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불안이 상세히 드러났다. 현재 상태에서 자립을 희망하는 비율은 23.4%였으나, 활동지원서비스 등 '지원이 제공될 경우' 자립하겠다는 응답은 24.6%로 늘어났다.

자립 시 가장 희망하는 주거 형태는 '가정형 지원주택'이 53.5%로 가장 높았다. 이는 완전한 독거가 아닌 주거 코치나 활동지원사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대한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재가 장애인들이 안전망이 확보된 '보호된 자립(Supported Independence)'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립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는 '경제적 여건 부족(생활비, 정착금 등)'과 '주거 마련의 어려움'을 꼽았다. 실제로 취업자 중 54.6%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으로 조사돼 경제적 자립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 실태는 재난 수준에 가까웠다. 전체의 92.6%가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적 빈곤(41.1%)보다 '돌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49.6%)'가 높게 나타났다. 부모 사후 돌봄 공백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복지재단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주거와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자립주택 공급 확대를 제안했다. 또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체계 강화, 고령 보호자 가구를 위한 긴급 돌봄 등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은주 경기도 장애인자립지원과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도내 재가 중증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잠재적 욕구와 현실적 장벽,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늙어가며 겪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거·의료·돌봄·소득이 결합된 자립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8~10월 재가 중증장애인 1043명을 대상으로 방문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지역사회 거주 '재가 중증장애인(발달·뇌병변·지체)'으로 대상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도는 3년 단위로 시설장애인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