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치권이 유통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빚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데 뜻을 모았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을 계기로 부각된 온오프라인 간 규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4일 실무협의회를 열고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하는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조항에 예외 단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점포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는 예외'라는 조항을 추가해 대형마트도 영업 제한 시간인 심야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번 논의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규제가 특정 플랫폼의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대형마트가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하며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연간 및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의 업태별 매출 비중은 9.8%에 그쳤다. 대형마트 비중이 10%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새벽배송 허용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이번 논의가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 비중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일요일 의무 휴업은 소상공인 보호 효과보다는 소비자 불편과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대구시와 청주시 등의 사례를 보면 대형마트 방문객이 인근 식당과 상점을 이용하면서 주변 상권 매출이 8%에서 15%가량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된 유통 환경을 법·제도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 유통 산업의 경쟁력이 계속 잠식되고 있다"며 "대형마트에 새벽배송만 허용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가리지 못하는 반쪽짜리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4년 전 패러다임에 묶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부터 전면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시장 불균형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규제 철폐를 통한 유통 생태계 복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제재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닌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홈플러스 사례처럼 규제로 인해 마트가 망하면 지역 상권도 문제가 되는 만큼 관련 규제를 전면 폐지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가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와야 돌아다니면서 다른 자영업자 가게도 들르고 활기가 도는데 주말 영업 제한은 소비자를 집 안에만 틀어박히게 만든다"며 "찔끔찔끔 규제를 완화할 게 아니라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 자영업 생태계 전체에 도움이 되도록 큰 틀에서 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