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인데 상품 가치가 없는 가짜·썩은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는가.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쏟아낸 다소 강경한 발언이다. 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와 함께 코스닥도 4년 만에 1000포인트를 찍으며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아직 내실이 부족해 시장 신뢰도가 떨어지고 불공정거래가 난무해 스스로 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글은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코스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개편, 부실기업 퇴출 방침을 밝힌 발언과도 맥락이 같다. 구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코스닥 벤처펀드 소득공제 대상 한도 확대 등 세법 개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고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정부가 코스닥 신뢰도 제고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면서 부실한 재무구조에도 상장사 타이틀을 달고 연명해온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떨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오랜 기간 이어진 국내 증시 저평가 키워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고 코스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에 나선다. 이달 안에 코스닥 시장본부의 상장관리부에 상장폐지 심사팀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수급과 조직 현황 등을 고려해 관련 팀을 부서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상장사를 유지하기 위한 매출·시가총액 요건을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피 상장 유지 요건은 시가총액 200억원, 매출 50억원 이상이고 코스닥의 상장사 유지 기준은 시총 150억원, 매출 50억원 이상이다.

최근 코스닥에서 23개 기업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기술특례 상장 과정서 '매출 뻥튀기' 논란이 불거졌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 기업 파두는 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아 지난해 12월19일 이후 30거래일 만인 이달 3일 거래정지가 풀려 기사회생했다.


이 대통령의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와 맞물린 거래소의 부실기업 퇴출 속도전은 시장 가치가 풍부한 기업에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기대된다. 부실기업 퇴출을 통해 혁신에 속도를 높인다면 코스닥 본연의 체질도 동반 상향될 것이 자명하다.

1년 전만 해도 지수 2000포인트대였던 코스피는 어느덧 5300을 넘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지수 1000포인트를 넘어 '천스닥'으로 변모한 코스닥의 다음 목표는 3000포인트에 이름을 올리는 '삼천스닥'이다.

코스닥엔 짧은 기간에 치고 빠지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약 65%인 만큼 변동성이 심한 데다 특정 기업에 대한 상장 폐지 시그널이 자칫 지수 전체 상승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지만 혁신을 위한 출발은 단호해야 한다. 건강한 상장기업이 모여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면 코스닥의 대도약은 물론 국내 증시의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코스닥은 언제까지 코스피의 2부 리그 취급을 받을 순 없다. 대장주가 되면 호시 탐탐 코스피 이전 상장을 노리는 지렛대 역할에만 국한 돼선 안 된다. 코스닥 그 자체로 투자자를 유입시킬 매력을 발산시켜야 한다.

가파른 상승 탄력받은 코스피처럼 코스닥에도 지금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실기업 퇴출 속 위기론에 불을 지피기보단 예방주사의 따끔함이 시장 전체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음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