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하나의 경험에 집중하는 아날로그 여행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사진은 고흥 남순재. /사진=한국관광공사


입춘이 지나도 꺾이지 않는 찬 바람의 기세는 야외활동을 멈추고 실내로 들어가게 만든다.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에서 하나의 경험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온도까지 높아진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을 벗어나 감각의 속도를 늦추는 경험은 공간이 주는 정취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한국관광공사가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따스한 낭만을 채울 수 있는 아날로그 여행지 3곳을 소개한다.

고흥 남순재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흥 남순재는 서까래와 원목 가구가 조화를 이룬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해남산 자락 아래 장남마을에 자리한 독채 스테이로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고즈넉한 서까래 아래 자리 잡은 세련된 주방과 초록빛 선인장 온실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실내 곳곳에 놓인 화려한 자개장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한옥 공간에 아날로그 특유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곳을 즐기는 가장 '힙'한 방법은 촌캉스 룩 체험이다. 무료로 대여해주는 꽃무늬 의상을 맞춰 입고 마당에서 다함께 인증 사진을 남기다 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다. 밤이 되면 마당 한편에 놓인 야외 자개장 테이블이 바비큐 파티를 위한 특별한 식탁으로 변하면서 운치를 더한다. 숙소 안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즐긴 뒤 자쿠지에서 즐기는 반신욕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에 충분하다.

의정부 음악도서관

의정부음악도서관 계단실을 채운 스트릿 그래피티는 블랙 뮤직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정적인 독서 공간이라는 도서관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지역의 독특한 역사를 예술로 녹여낸 곳이다. 오랜 시간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의정부만의 블랙 뮤직 문화가 묻어난다. 입구에 들어서면 세련된 재즈 라운지나 공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매년 블랙뮤직페스티벌(BMF)이 열리는 도시의 정체성을 증명하듯 계단실을 화려하게 채운 스트릿 그래피티와 시원하게 뚫린 높은 층고는 방문객을 압도한다.

백미는 3층에 위치한 뮤직홀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짙게 밴 수천장의 LP와 CD,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음악 전문 잡지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스마트폰 속 디지털 음원 대신 빈티지한 LP를 직접 골라 턴테이블에 올리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아날로그 특유의 투박한 매력을 전한다. 감상실 옆에는 작곡 프로그램 체험 공간과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음악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울산 이팔청춘사진관

울산 이팔청춘사진관의 내부는 근대 유럽풍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울산 성남동 원도심의 낡은 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춰 선 듯한 사진관이 나타난다. 이곳은 단순한 스튜디오를 넘어, 방문객을 100년 전 개화기 낭만 속으로 안내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당시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화려한 드레스와 옛날 정장을 갖춰 입는 순간 일상의 무채색은 사라지고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생동감이 채워진다.


이곳의 매력은 전문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로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셀프 촬영'이다. 삼각대와 반사판 등 무료로 제공되는 전문 촬영 장비로 직접 사진을 찍으면서 디지털 시대의 속도감에서 벗어나 색다른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스튜디오 이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돼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사진 촬영 후에는 인근 울산시립미술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통해 과거와 현대의 예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