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고 있지만 비에이치 지배구조 지표는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애플 부품주'로 꼽히는 비에이치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외형적 독립성과 달리 실질적인 내부 견제 장치가 부재하고 핵심 지표 준수율이 낙제점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에이치의 지난해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은 33.3%로 집계됐다. 총 15개 지표 중 5개 준수에 그쳤다. 이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 준수율인 47.8%를 밑도는 수치다. 비에이치의 지배구조 준수율은 수년간 정체된 상태다. 2023년 33.3%, 2024년 40%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33.3%로 하락했다. 밸류업 기조 확산으로 상장사 전반의 준수율이 상승하는 추세와 대조를 이룬다.
개정 상법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의 사외이사가 '독립이사'로 명칭이 변경되고 독립이사 비율 역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된다. 별도 자산총액 6500억원 수준인 비에이치는 현재 이 비율을 상회하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독립성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현재 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 등 총 3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 5명 중 4명인 80%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담보하는 경영진 견제 장치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2010년부터 경영을 맡아온 최영식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과 ESG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서다. 이를 보완할 제도 도입도 미비하다. 이사회 의장 역할 일부를 대신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가 없으며 사내·외 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부재하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과 미등기 임원들의 인력풀 안에서만 추천받아 이사를 선임하는 폐쇄적 구조다.
임원진이 모두 단일성(性)인 것도 문제다. 최영식 대표를 포함한 등기 임원 5인과 미등기 임원 18명을 합해 총 23명이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비에이치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원으로 구성돼 경쟁력 있는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으나 구성원 모두 동일 성별로 구성됐다"며 "지속적으로 성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여성 비율이 낮은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어 사업 내용의 전문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주 권익 보호와 내부 통제 지표 역시 미흡했다. 제27기 정기 주주총회 소집 통지의 경우 ESG 모범규준인 4주 전 공고 대신 상법상 최소 기준인 2주 기한에 맞춰 공고를 진행했다. 비에이치 관계자는 "안건 확정 및 해외 종속회사를 포함한 결산·감사 일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나 이사회의 경영 판단 리스크를 제어할 전사 리스크 관리 정책도 부재하다. 여기에 외부감사인과의 소통 독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영진 배석 없이 진행하는 외부감사인과의 회의는 연간 2회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1회는 임직원이 배석해 감사의 독립성이 저해됐다는 지적이다.
소수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집중투표제 역시 도입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상법 등 법령에 따라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고 전자투표제도를 적극 채택해 소액주주들의 이사 선임과 관련한 의결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비에이치가 정부의 밸류업 기조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지만 상장사들이 직면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된 상법 내용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는 등 눈에 띄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관망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김미현 기자
안녕하세요. 김미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