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GC녹십자,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신약 성과를 재투자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은 각 사의 신약개발 전략. /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공격적으로 R&D(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 가지 신약에 의존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지속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흑자 궤도에 오른 SK바이오팜은 CNS(중추신경계)와 RPT(방사성의약품)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개발 제품)을 확장할 계획이다. 성장과 R&D 투자를 동시에 진행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빅 바이오텍'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SK바이오팜 관계자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세노바메이트 성과를 필두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067억원, 2039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9.1%, 영업이익은 111.7% 늘었다. 지난해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89.1%인 6303억원으로 집계됐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직접 판매하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적응증 확장 임상이 완료 단계에 진입한 지난해부터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대표적인 분야는 CNS와 RPT다. CNS 분야에서는 뇌전증 치료제 개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저분자 연구개발 역량 등을 기반으로 증상 개선을 넘어 질병 진행 자체에 개입하는 질병조절치료제(DMT)를 개발할 방침이다. RPT의 경우 외부 도입 및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에 더해 확장성과 안정성을 개선한 독자적인 플랫폼을 확보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세노바메이트 적응증 확장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뒀던 것이 사실"이라며 "세노바메이트에 기반한 빠른 이익 증가세와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를 기점으로 넥스트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에 대한 투자 및 성과 확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글로 녹십자·자큐보 온코닉… 다음은 헌터라제 ICV·네수파립

사진은 GC녹십자 본사. /사진=GC녹십자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 시장에 안착시킨 GC녹십자는 상용화 초기 단계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ICV(뇌실투여형)에 집중한다. 헌터라제 ICV는 환자 머리에 장치를 삽입한 후 약물을 뇌실에 주기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IV(정맥주사) 제형으로는 투과하기 힘든 BBB(뇌혈관장벽)를 극복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헌터라제 ICV는 현재 일본과 러시아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투자 재원은 알리글로를 통해 확보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알리글로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바 있다. GC녹십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913억원, 691억원이다. 전년과 견줬을 때 매출은 18.5%, 영업이익은 115.2% 늘었다. 알리글로 등 고마진 제품의 해외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목표였던 매출 1500억원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헌터라제 ICV는 IV 제형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다"며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상용화한 상황이고 한국의 경우 지난해 8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터라제 ICV까지 국내에서 승인받게 되면 IV 제형과 ICV 제형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어 헌터라제 전체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항암제 네수파립을 개발하고 있다. 네수파립은 2021년과 지난해 췌장암과 위암 적응증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ODD(희귀의약품) 지정을 승인받으며 신속심사 등의 제도적 이점을 확보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현재 임상 1b/2상으로 IND(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받은 위암을 포함해 췌장암·자궁내막암·난소암을 적응증으로 네수파립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역시 지난해 신약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매출 534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은 259.8% 늘고 흑자 전환됐다. 실적 개선 배경에는 자큐보가 자리한다. 유비스트 원외처방 데이터에 따르면 자큐보의 월 처방액은 2024년 10월 출시 첫월 약 5억원에서 지난해 12월 약 66억 원으로 약 13배 급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첫 신약인 자큐보 상업화 이후 안정적인 매출을 통해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하고 후속 신약 개발로 성장해 온 빅파마(대형 제약사) 길리어드의 성공 모델을 지향한다"며 "네수파립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항암 신약 성과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