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청사 전경/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이 각종 재정·행정 지원을 받고도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 개방 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공기관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청사 내 수영장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김천시에 연간 약 2억원의 운영·유지관리비 부담을 요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에 시설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비용은 지자체와 시민에게 떠넘긴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열린 김천시의회 행정사무보고 과정에서 공식 확인됐다. 시의회에 따르면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주지원금 △주택자금대출 이자 지원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재정 지원책을 제공해 왔다. 시가 운영하는 문화·체육시설 이용 시 특별 우대 혜택까지 적용해 왔다.


여기에 더해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주말 수도권 상경을 위한 교통비 지원까지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이전에 따른 개인적 불편은 최소화된 반면 지역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환원은 제한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수영장 문제 역시 이러한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영장 시민 개방은 지역 상생 차원에서 김천시가 먼저 제안한 사안이었지만 협의 과정에서 도로공사 측이 운영비 부담을 요구했고 김천시는 이를 수용해 수영장 운영비의 약 50%에 해당하는 2억원을 매년 예산에 편성해 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형식상 '비용 분담'이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이 공공시설 개방에 따른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로공사 측은 "국토교통부와 김천시 요청에 따라 개방을 추진했고 위탁 운영이 무산돼 운영비 부담 방식으로 합의했다"며 "수영장 이용객의 90%가 김천시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시민 이용 비율을 이유로 비용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논리는 공공기관의 공공적 책임을 축소하는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시설 운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천 혁신도시 일대에서는 일부 공공기관이 수십 명 규모의 식사 예약을 해놓고도 행사 직전에 취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음식점 업주들은 "재료 준비와 인력 배치를 모두 마친 뒤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손해는 고스란히 영세 자영업자 몫"이라고 호소한다.


이러한 관행은 지역 소상공인과의 공존 의식이 결여된 행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적을 '지역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 공공기관의 공공성·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