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지난해 8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사옥.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지난해 81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국내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조정됐다. 증권가가 추정한 3700억원대 영업이익 대비 1조원 이상 낮은 실적을 기록한 원인은 '빅배스'(잠재 부실 선반영) 단행이다. 서울 대형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경쟁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 배경이 주목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경영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매출 8조546억원, 영업손실 815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9161억원이다.

4분기 영업손실은 1조1055억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지방 아파트의 '준공 후 미분양' 재고와 해외 현장의 원가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해 빅배스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기 시흥시 시화MTV 푸르지오 디오션과 대구 달서푸르지오 시그니처, 고양 향동 지식산업센터 미분양을 할인판매하고 싱가포르 도시철도 현장의 설계변경이 영업손실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총공사비 1조3628억원의 서울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롯데건설과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빅배스 단행은 재무건전성 하락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대우건설의 실적 발표는 성수4지구 입찰제안서 제출일에 공시됐다.

특히 롯데건설은 최근 수년 동안 유동성 위기를 겪어,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은 시공사 경쟁의 우위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를 염두에 둔 결정이면 적절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규모 손실 반영은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영업 측면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조정

신용평가사들은 대우건설의 재무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사진은 서울 압구정·성수동 일대 아파트들. /사진=뉴시스


나이스(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대우건설에 대한 신용등급(A)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안정적→부정적)했다. 재무안정성 저하가 현실화됐다는 게 신평사들의 진단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자본규모는 2024년 말 4조3000억원에서 2025년 말 3조5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부채비율은 192.1%에서 284.5%로 상승했다. 나신평은 운전자금 누적에 따른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됨에 따라 순차입금 부담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영업현금흐름 등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고 추가 손실은 제한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차입금은 3조7000억원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 1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한기평은 손실 반영 이후 원가율의 개선 가능성을 전망하며, 다만 주택 경기 불확실성과 해외 사업의 지정학 리스크를 감안해 비용 변동 가능성을 지속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체사업(분양사업)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점은 긍정 요인이다.

올해 대우건설은 신규 수주 18조원, 매출 8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불확실성을 털어낸 만큼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체코 원전 사업과 가덕도 신공항, 이라크 해군기지 등 대형 프로젝트 일감들을 확보했기 때문에 올해를 도약의 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