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발행주식 총수의 130배가 넘는 40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라인게임즈가 발행주식 총수의 130배가 넘는 유례없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목된다. 지속적인 적자로 자본잠식이 심화되자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해 경영 위기를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인게임즈는 오는 3월18일 기존 발행주식 61만주의 약 133배에 달하는 8185만1550주의 신주를 발행해 409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는 1주당 신주 150주를 발행하는 조건으로 발행 가액은 주당 500원이다.

라인게임즈의 기초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2024년 말 기준 자본 총계는 -1775억86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2017년 출범 이후 지속된 적자로 인해 자생적 생존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라인게임즈는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계열사 라인플러스로부터 단기 차입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7월1일 150억원 ▲11월18일 20억원 ▲12월23일 10억원, 올해 ▲1월30일 15억원 등 최근 1년간 누적 차입 규모만 200억원에 달한다.


라인게임즈는 이번 대규모 증자와 단기 차입의 목적을 '운영 자금 용도'라고 설명했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금 조달"이라며 "신작 라인업이 늘어남에 따라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며 새로운 투자나 금융 목적을 가진 결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동현 라인게임즈 공동대표, 박성민 라인게임즈 공동대표. /사진=라인게임즈


라인게임즈는 그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해왔다. 2023년 판사 출신 박성민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전체 직원의 10% 달하는 인력 감축을 단행했으며 2024년에는 넥슨 개발자 출신 조동현 공동대표를 선임해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적자 자회사인 제로게임즈와 스페이스다이브를 정리하고 6년간 공들인 대작 '퀀텀나이츠'와 콘솔 신작 '하우스홀드'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PC·모바일 대규모역할수행게임(MMORPG) '언디셈버' 개발사 니즈게임즈 지분을 60억원, 서브컬쳐 게임 '라스트 오리진' IP 및 사업부를 25억원에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했으나 2024년 매출 435억원에 영업손실 161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적 리스크도 있다. 2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라인게임즈의 모회사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을 상대로 2000억원대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라인게임즈는 한때 텐센트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 기대감을 높였다. 2022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를 추진했으나 재무 악화로 인해 사실상 좌초됐다. 최근 거론된 카카오게임즈를 통한 우회 상장설 역시 자본잠식 상태를 고려할 때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라인게임즈는 올해 신작 출시를 통해 마지막 돌파구를 모색한다. 상반기 모바일 신작 '페어리테일 퀘스트'를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며 PC 서바이버 라이크 게임 '엠버 앤 블레이드'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외자 판호를 획득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중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다만 중국 서비스는 현지 법인을 통한 퍼블리싱 구조로 진행되며 라인게임즈의 직접 투자는 배제된다.


상장 및 인수합병에 대해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인수설에 대해서는 아직 전해 들은 바 없다"며 "현재는 상장 추진보다 새로운 수익원 확보와 체질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가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6년 기준 라인게임즈의 최대 주주는 지분 35.66%를 보유한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이며 2대 주주는 21.42%를 보유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룽고엔터테인먼트다. 자기주식 비율은 11.2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