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은행권의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이 3년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금리 급등 국면에서 위축됐던 기술금융은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맞물려 다시 증가 흐름을 보이며 320조원에 근접했다. 가계대출을 조이는 대신 혁신·중소·벤처기업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은행권 대출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술금융 잔액은 319조10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말 302조7538억원과 비교해 16조원 이상 증가했다.

기술금융 잔액은 2022년 326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04조5000억원, 2024년 302조800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2025년 상반기 307조9000억원으로 반등하며 감소 흐름이 멈추고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그래픽=강지호 시대 기자


기술금융은 기술력과 잠재력은 있지만 담보력이나 재무능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서비스다.


2014년 도입됐으며 기업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과 기술신용평가사(TCB)가 해당 기술의 완성도와 시장성을 평가해 대출 한도 확대나 금리 인하 등 실질적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아이디어 단계부터 기술 개발, 사업화에 이르는 혁신 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의 적정성을 판단해 지원하는 식이다.

일반 중기대출은 물적담보, 매출액, 현금흐름 등 기업의 재무능력(신용)을 중심으로 평가해 대출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술금융은 기존의 재무능력 중심의 평가에 기술력 평가를 일정부분 반영한 기술신용평가를 기반으로 기업의 기술력과 신용을 함께 심사해 대출을 실시한다는 차이가 있다.


통상 기업의 초기 단계에는 미래 수익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해 투자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고, 중·후기 단계에는 재무정보를 토대로 채무상환 능력을 따져 대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은행별로 보면 특수은행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130조3576억원으로 가장 많은 잔액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42조877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35조2183억원), 우리은행(32조824억원), KB국민은행(29조955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8조3365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정책금융 방향 전환… 부동산 보증 줄이고 기술 지원 강화

은행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맞물려 자금의 무게중심이 기업대출, 특히 기술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생산적 금융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기술금융은 '정책금융 전환' 과제 중 하나로, 부동산 금융 관련 공적보증을 줄이는 대신 기술·혁신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금융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데다, 반기별 기술금융 실적 평가가 이뤄지는 점도 은행권의 공급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생산적 금융 중심의 기업대출 확대를 목표로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첨단전략산업 전담 심사조직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초혁신경제 성장지원 추진단'을 통해 부동산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IB그룹 산하 투자금융본부를 '생산적투자본부'로 재편하고, 국민성장펀드 참여 및 첨단산업 지원을 총괄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말 생산적금융과 미래성장 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기술·혁신기업 지원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실적을 집계하고 우수기관을 선정하는 등 기술금융 운영 체계를 상시로 관리하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 기조가 강화되는 만큼 기술금융도 주요 테마 중 하나로 보고 개선할 지점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