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사령관의 심야 반박… 이건 또 뭔 일인가
동행미디어 시대
2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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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24일 밤 10시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군에 유감을 표명했다. 자신이 한국 군 당국에 사과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대비태세를 두고 사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군사훈련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최근 논란도 반박했다. 주한미군은 사전에 훈련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작 우리 군 내부에서 정보 공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심야에, 그것도 공개적으로 반박 입장을 내는 건 드문 일이다. 특히 사과했느니 안했느니 진실게임을 벌이는 모습은 철통 같던 한미동맹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8~19일 진행된 주한미군의 서해공해상 훈련이었다. 당시 미 전투기들이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안규백 국방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이 이례적으로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훈련 계획을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국방부 대변인은 브런슨 사령관이 우리측에 사과했다는 기사에 "일정 부분 사실로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사자가 대놓고 불편함을 드러내면서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례적 훈련, 이례적 항의, 이례적 반박….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의 연속이다.
물론 이번 한·미간의 불협화음을 과대 해석하는 건 피해야 한다. 정치권이 자기 입맛에 따라 논란을 키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난 소통 혼선 문제가 가볍지 않은 만큼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 군 당국은 미군의 설명대로 서해훈련에 대한 사전 통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브런슨 사령관의 주장이 맞다면 군 수뇌부가 잘못된 정보로 미군 측에 항의한 셈이 된다. 군 기강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미군이 훈련 사실만 알려주고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동맹 관계는 정보 공유의 깊이로 평가되는 만큼 그 배경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중일 갈등 등 동북아 환경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한·미 관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는 건 우려스런 일이다. 주변국가들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의 현안도 수두룩하다. 당장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등을 협의해야 하는데 미 대표단 방한이 미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해 남북 접경지역에 비행금지 구역을 재설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미측은 미온적이다. 다음달 한미 연합훈련은 야외 기동훈련을 줄이자는 우리 입장과 미군의 입장차가 큰 상태다. 이런 난제들을 풀려면 양국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브런슨 사령관은 입장문에서 비공개 대화가 선택적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했는데, 소통과 신뢰 문제를 노골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감정적 공방이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바라보는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미국은 새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중국 견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린 중국을 의식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소극적이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전략적 대화를 강화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한미 군사훈련 사전 협의 절차 명문화, 고위급 핫라인 강화, 9·19 합의 관련 한미 공동 검증 등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소통 방식 또한 중요하다. 이견이 있더라도 물밑에서 조율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 공개적으로 입장차를 드러내는 건 불필요한 갈등만 키울 수 있다. 동맹 관계는 세밀한 리스크 관리와 상호 존중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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