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국민의힘이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무기력하다. 거대 여당은 법왜곡죄를 시작으로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대폭 증원 법안까지 논란의 '사법 3법'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지리멸렬할 뿐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표결 과정에서는 당론과 소속 의원들의 입장이 뒤엉킨 채 우왕좌왕했다.


민심은 냉정하다. 2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민주당(43%)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방선거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25%에 그쳐 민주당(42%)에 17%포인트 뒤졌다. PK에서 이 정도 격차는 이례적이다.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은 17%로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쯤이면 정당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장동혁 지도부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에도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 "윤과 절연을 요구하는 세력과 절연" 등을 선언하고, 당내 비판 세력과의 건강한 노선 토론 대신 '친윤' 유튜버와 '윤 어게인' 세력에 기대는 모습까지 보였다. 의원총회는 노선과 전략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오가야 할 자리였지만 뚜렷한 방향 제시 없이 끝났다. 강성 당원 눈치를 보는 의원들의 침묵 속에 다음 총선 생존만을 염두에 둔 보신주의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의 승패 기준을 서울·부산시장 선거로 제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지율이 민주당과 같게 나올 만큼 보수의 심장부로 불려온 대구·경북에서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심지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선거를 통합하지 않으면 대구시장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처는 서울·부산 운운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이한 현실 인식인가.

장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알 바 아니다. 야당 역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헌정 체제의 한 축이다. 야당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균형추도 함께 흔들린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오만해지고, 대안 없는 야당은 소멸의 길로 간다. 의석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최소한의 지지 기반을 확보해 여당의 독주를 제어하고 합리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제1야당의 존재 이유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윤 어게인' 노선으로는 중도 확장도, 정책 경쟁도 기대하기 어렵다. 입법·행정 권력에 이어 사법 영역까지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방권력마저 일방으로 기울 경우, 권력 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제1야당의 붕괴는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경고등이다. 국민의힘이 스스로를 쇄신하지 못한다면 6·3 지방선거는 심판을 넘어 구조적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