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드론 군단에 최첨단 방공망 '무용지물'
美, 이란 기술 복제로 '가성비 전쟁' 압승…방산 패러다임 '소모성 대량양산'으로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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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지정학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이 '드론'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정찰과 감시 등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던 드론은 이제 전차를 파괴하고 도심을 마비시키는 전장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재래식 무기에 강한 한국 역시 첨단 기술로 방위산업 역량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 작전에서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본뜬 저가형 일회용 자폭 드론 '루카스'(LUCAS)를 실전에 투입했다. 미군이 루카스를 전장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카스는 이란이 구축한 수조원대의 방공 시스템을 손쉽게 무력화했다. 이란군이 루카스를 잡기 위해 수억원에 달하는 방공 미사일을 발사하게 유도했다. 루카스에는 RCS(레이더 반사 단면) 확장 장치가 탑재돼 있는데 이를 활성화하면 레이더상에서는 작은 드론이 아니라 F-16 전투기나 대형 순항 미사일처럼 보인다.
이란의 고성능 방공 레이더는 한꺼번에 수백 개의 표적이 나타나자 이를 모두 요격해야 할 위협으로 인식했다. 미군의 교란 작전에 넘어간 이란은 즉각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고 재장전하는 '데드 타임'이 발생하자 그 빈틈으로 미군의 주력인 토마호크와 F-35를 진입시켰다.
수조원을 들여 구축한 정예 방공망이 불과 수천만원짜리 드론 무리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장면은 전 세계 방위산업계에 충격을 줬다. 미군이 이번 이란 공습에서 선보인 자폭 드론 루카스의 대당 가격은 약 3만5000달러(약 5000만원)에 불과하다. 미군의 주력 무인기 MQ-9 '리퍼'(대당 약 400억원) 한 대 가격이면 드론 800대를 띄울 수 있다.
현대전은 누가 더 비싼 무기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싸고 빠르게 찍어내느냐의 '제조업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제조 측면에선 중국이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중국은 이미 연간 2000만대에 달하는 드론 생산 능력을 갖추며 전 세계 민수·군수 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레플리케이터' 프로젝트를 통해 소모성 드론의 연간 생산 능력을 100만대 이상으로 확충하며 제조 혁신에 나섰다. 반면 한국의 드론 생산 능력은 연간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중국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지만 K방산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한국은 전차(K2), 자주포(K9) 등 재래식 플랫폼 수출에서는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으나 군사용 드론 기술력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최소 10~15년 뒤처져 있다고 평가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급망'이다. 국내 군사용 드론 핵심 부품의 90% 이상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 전략에 밀려 국내 생산 기반이 고사한 결과다. 유사시 중국이 부품 공급을 차단할 경우 우리 군의 드론 전력이 무력화될 위험이 크다.
국내 민간 차원에서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드론용 첨단 엔진 국산화와 함께 다연장로켓에서 발사하는 배회형 무인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LIG넥스원은 AI 군집 드론 기술을 고도화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또한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가 팀을 이루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차세대 방산 시장의 주도권은 '드론 주권' 확보 여부에 갈릴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50만 드론 전사' 양성을 포함한 드론의 전력 강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민간의 우수한 IT 제조 역량을 방산에 신속히 이식할 수 있는 규제 완화와 생태계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미군이 이란의 기술을 역설계해 실전에 투입한 것은 저비용 대량생산 체제로의 완전한 변곡점을 의미한다"며 "과거에는 방위산업을 무기를 고쳐 쓰는 MRO(유지·보수·정비)의 관점으로만 접근했지만 이제는 전장에서 손실을 전제로 하는 소모성 무기가 전쟁의 주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 기술만 놓고 봐도 미국은커녕 이란이나 튀르키예보다도 뒤처져 있는 게 우리 군의 냉정한 현실"이라며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양상 변화를 포착해 신속·저비용·대량 양산으로 사업화하는 절차와 방식으로 혁신되지 않으면 K방산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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