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1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등 재의요구 안에 대한 재표결 투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토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상법은 이달초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된다.


앞으로 기업들은 새로 사들인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사주는 1년 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으면 그 계획에 따라 자사주를 다른 방법으로 처분하거나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적용 대상은 모든 기업이지만, 과태료는 코스피·코스닥 등 상장사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비상장사에겐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코리아 프리미엄'(한국 증시 고평가) 실현을 위한 정책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추가로 세금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을 10가지 Q&A로 풀어본다.



Q1. 적용 대상은 모든 기업인가? 상장사인가?
A. 원칙적으론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대상이다. 그러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과태료는 코스피·코스닥 등 상장사에게만 적용된다. 사실상 상장사에게만 구속력이 있는 셈이다. 상장사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 없이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지 않을 경우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코넥스(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 상장사도 과태료를 적용받는지 여부에 대해선 법무부의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

Q2.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언제부터 시행되나?
A. 3차 상법 개정안 부칙 제1조는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공포는 관보 게재를 말한다. 국무회의 의결이 이달초로 예상되고, 국무회의 의결 이후 관보 게재까지 통상 3~4일이 걸리는 점에 비춰볼 때 법 시행은 3월 중으로 전망된다.


법이 공포된 뒤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1년 내 소각이 원칙이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의 경우 유예기간(6개월)을 추가로 부여받아 1년 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방송·통신 등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이 있는 기업은 3년 내 처분하면 된다. 다만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예외를 인정 받을 수 있다.

Q3. 어떤 경우 예외로 인정되나?
A. 기업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으면 그 계획에 따라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보유할 수 있다.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처분 방법은 ▲회사가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해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회사가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임직원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회사가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우리사주제도 실시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회사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관에 그 사유를 규정한 경우 등이다.


Q4.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A. 증시에서 가장 크게 기대되는 효과는 주가 상승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한다. 이 경우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시장에선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 140조원 어치 가운데 올해만 최대 60조원 어치가 소각되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던 '자사주 보유를 통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가 차단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Q5. 상장사에 미칠 가장 큰 변화는?
A. 최대주주가 기업의 자사주를 활용해 본인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경영권 위협을 받을 경우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넘기는 이른바 '백기사 전략'을 활용하기도 까다로워진다.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넘기려면 '회사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의 예외조항을 활용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Q6. 기업 M&A(인수합병)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
A. 지금까지는 현금이 없어도 인수 대상 기업 주주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M&A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따라서 현금이 없다면 신주를 발행해 피인수 기업 주주들에게 줘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에 반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M&A가 현금 동원력 경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Q7.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A. 상장사들 입장에선 적대적 M&A에 맞서 경영권을 지킬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KT, 네이버와 CJ대한통운처럼 서로 자사주를 맞교환해 동맹을 맺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관련 내용의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이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신기술 도입 등 전략적 목적을 내세우는 한편 배당 확대 등의 당근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경영권 공격을 받을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싼값에 신주를 발행하는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또는 대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포이즌 필은 금지돼 있고 차등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Q8. 자사주 소각시 기업의 세금 부담은?
A.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할 때 원칙적으로는 추가로 세금이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예외적으로 과세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 합병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처럼 장부상 이익의 과세 시기를 뒤로 미뤄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SK(주)가 보유한 자사주는 약 3조6813억원 규모로 이 중 60% 이상이 2015년 SK C&C와 합병하며 발생한 물량이다. 당시 합병으로 생긴 장부상 이익에 대한 과세는 미뤄졌지만, 이를 소각하면 세무상으로는 주식 처분과 동일해 법인세(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SK(주) 한 곳만 해도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Q9.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들은?
A.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롯데지주(27.5%) ▲SK(24.8%) ▲두산(17.9%) ▲KCC(17.2%) 등이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만 롯데지주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약 40%에 달하는데, 자사주 소각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50%를 넘어서는 만큼 경영권 위협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Q10. 선진국에서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는 사례가 있나?
A. 선진국에서 자사주 소각을 법률로 '강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은 자사주를 취득하는 즉시 소각된 것으로 간주해 자본에서 차감한다. 자사주 '매입'이 곧 '소각'인 만큼 소각을 강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일본은 법적 강제는 없지만 증권거래소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에 개선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투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