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의 공세가 거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고 말했다. 물러나라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당 지도부에선 "역겹다" "썩은 냄새" 같은 표현까지 나왔다. 범 여권 모임은 대법원장 탄핵을 촉구하는 공청회도 열었다. 일부 참석자는 조 대법원장을 '중대 특수 범죄자' '내란범'으로 부르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이 민주당의 타깃이 된 건 지난해 5월 대선 직전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민주당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했고, 집권 이후에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조희대·한덕수 회동설'까지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9월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 문제를 논의한 적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사법 3법'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공식적인 우려를 표하자 다시 사퇴 압박이 재개된 것이다.


위헌 논란까지 제기됐던 '사법 3법'은 5일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바로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민변·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에서도 숙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왔다.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대한민국 법치의 수치"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입법은 개혁이고, 사법부 수장의 문제제기는 저항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우려를 표한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 진보성향의 단체까지 모두 '저항세력'이란 논리밖에 안된다.

정치권이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사법부 역시 국민 신뢰 위에 서야 한다. 필요하면 입법을 통해 사법제도를 손질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숙의 없이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건 위험하다. 더욱이 과격한 정치 언어로 특정 인물을 집중 공격하는 건 건설적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선고가 내려지자 형량이 가볍다며 "조희대 사법부를 그냥둘 순 없다"고 했다. 판사는 독립적 판결을 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 갑자기 '조희대 책임론'이 나오는 건 비약이다. 같은 논리라면 과거 민주당 정권 때 임명한 대법원장이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쳐 왔거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법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정치권이 사법 불신을 키우고, 판결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재판 결과에 대한 사회적 승복도 어려워질 수 있다. 헌법 제65조1항은 재판관·법관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여긴다면 그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판단을 구하는 것이 맞다. '저항 우두머리' 운운하면서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건 또다른 '사법의 정치화'를 부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