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전 세계 원유 물동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로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광주 서구의 한 주유소에 차들이 붐비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핵심 원유 수송로였던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내 기름값이 연일 오르고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동 이외 지역으로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가속화 할 방침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3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1900.65원, 경유는 1923.84원을 기록했다. 국제 제품가·환율 상승 기조에 미국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1900원대에 진입했다.

앞으로 수급 상황이 악화할 수 있어 우려가 더해진다. 현재 세계 원유 수송량 27%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봉쇄 결정으로 길목이 막힌 상태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에 원유를 공급할 유조선 7척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묶여 있다.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까지 생산 감축을 결정하면서 국내 유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6.0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01.4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두바이유는 99.14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축유를 활용해 당장 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원유 총량은 206일분에 달해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인 90일의 2배를 넘는 양이지만 2000년대 이후 실시된 2번의 비축유 방출이 IEA 회원국 공동 대응 형태로 이뤄진 만큼 단독 행보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중동 이외에 원유를 대량으로 들여올 수 있는 미국을 우선적인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급처를) 대륙별로 보면 미주 지역에서 들여온 물량 비중이 약 23% 정도"라며 "이 중에서 미국이 약 17%를 차지하는 만큼 중동을 제외한 최대 산유국 미국을 대체 공급처로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수출입은행 내 '공급망기금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북미·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의 원유 구매자금 지원 한도를 확대(90→100%)한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4일 관계기관 합동 점검 회의에서 "우리 기업이 원활하게 대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국내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