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롤러코스피' 속 빚투 33조 돌파…증권사 신용공여 '빨간불'
신용융자 잔액 연일 사상 최대… 한투·NH·신한·KB 신용거래 제한, 건전성 관리 강화
염윤경 기자
5,295
공유하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도 빠르게 소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증시 변동성도 함께 확대된 데 따른 여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마감했다. 약 6% 급락한 하락장에서도 개인투자자는 4조6221억원을 홀로 매수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6조7652억원을 홀로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9조9317억원, 기관이 7조8125억원을 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들어 6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급등했던 코스피가 중동발 지정학적 변수로 변동성이 확대되자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 하지만 이런 움직임과 함께 '빚투'도 빠르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 지난 5일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잔액은 33조6945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월29일 처음 30조원을 돌파한 신용거래융자잔액은 지난 3일 32조8000억원, 4일 33조2000억원으로 연일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보였다.
신용거래잔액이 급증하면서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 관련 서비스를 이미 제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를 일시 중단했고 NH투자증권도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를 제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예탁증권담보대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으며 KB증권은 증권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신용융자 매수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축소했다.
증권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 합계액은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
증권사 예수부채 규모도 증가세다. 예수부채는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둔 현금으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회계 반영 항목이다.
주식 매수를 위해 대기 중인 자금이나 매도 후 아직 인출되지 않은 현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보통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지표로 활용된다. 예수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이 늘고 거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기자본 11조1622억원으로 업계 1위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2024년 말 예수부채가 8조6543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조1295억원으로 늘었다. 자기자본 2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예수부채가 12조815억원에서 17조3502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만큼 당분간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관리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 물량이 동시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보가치가 대출금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권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전성 중심의 리스크 관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빚투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와 내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신용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기존 융자금이 상환돼 한도에 여유가 생기면 서비스를 재개하기도 하지만 당분간은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보수적인 한도 관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는 주식시장 수급 측면에서 일종의 가수요"라며 "투기적인 요소가 짙을 경우 향후 잠재적 상환 수요로 인해 주식시장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염윤경 기자
증권부 염윤경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