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은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차라리 회사를 다 팔고 문을 닫는 게 낫겠네요"
최근 코스닥 상장사 대표들 사이에서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온다. 7월의 마지막 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001.89포인트(17.91%) 뛴 6595.45로, 코스닥은 11.63% 상승한 719.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은 하루 만에 700선을 회복했지만, 전날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644.78까지 주저앉았던 공포장을 고려하면 이날의 폭등은 극심한 변동성의 또 다른 단면일 뿐이다.


하루 만에 지수가 11% 넘게 튀어 올랐음에도 상장사 절반 이상은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의 바닥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1일 기준 코스닥 전체 상장사(1,810여 개) 중 54%에 달하는 980여 개 기업의 PBR이 1배를 밑돈다. 코스닥 평균 PBR 역시 0.8배 수준의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가 1,000원 언저리를 맴도는 '동전주' 신세로 내몰린 기업도 상당하다. 특히 PBR이 0.5배 밑으로 떨어진 곳들은 회사의 전체 시가총액이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부동산 등 당장 청산한 자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기형적 상태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가늠하는 PER(주가수익비율)이 '벌어들이는 돈'의 가치라면, PBR은 기업 자산의 '마지노선'이다. 지수는 반등했을지언정 시장은 코스닥 상장사 절반 이상에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문을 닫는 게 낫다"는 상처뿐인 성적표를 매긴 셈이다.


시장이 기업을 청산가치 이하로 냉정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본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자본을 갉아먹는 데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산을 사실상 독점한 채 주주 환원에는 담을 쌓고 있어서다.

독자적인 기술력이나 확실한 실적도 없이 '기술특례'나 '테마'를 앞세워 증시에 진입한 뒤, 무분별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스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건전한 투자 자금을 오염시키는 진열대의 '썩은 사과'다.


하지만 동전주로 전락한 기업들이 모두 '썩은 사과'인 것은 아니다. 본 가지에서 억울하게 떨어진 '낙과'(落果)도 분명 존재한다. 나름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견고한 재무 구조를 갖췄음에도, 시장의 수급 가뭄과 대형주 쏠림 현상 탓에 동전주 신세가 된 경우다.

진짜 코스닥의 체질을 바꾸려면 정부와 거래소의 정교한 '핀셋 대응'이 시급하다. 실적 없이 시장을 어지럽히는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해 진열대의 신뢰를 회복하되 매크로 외풍에 일시적으로 갇힌 정직한 기업에는 숨통을 터줘야 한다.


모든 동전주에 '단칼 상폐'라는 일률적 칼날을 대기보다는 자율적 M&A와 구조조정 통로를 넓혀 기술력과 고용이 유기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썩은 사과는 과감히 솎아내되 싱싱한 과일이 상하지 않도록 지켜내는 정교한 조율. 체질 개선의 기대가 또 다른 시장의 공포로 변하지 않게 하는 정책의 깊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