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가 브랜드 가히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캐비아 PDRN' 상용화에 성공하며 핵심 소재를 설계·추출하는 원료 독립과 수익 구조 개선을 동시에 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코스맥스 판교 사옥. /사진=코스맥스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K뷰티 제조 공정을 단순 배합 단계에서 바이오 소재를 직접 설계하고 추출하는 영역으로 확장했다. 코스맥스는 최근 브랜드 가히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캐비아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상용화에 성공했다.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핵심 원료를 자체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한 결과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고부가가치 원료의 국산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킨케어 시장의 중심축이 진정·수분 위주에서 세포 재생 등 효능 중심의 '더마 테크'로 이동하고 있다. 병원 시술용이 홈케어 시장으로 전이되는 현상은 검색 키워드 증가로 확인된다. 2025년 올리브영에서 PDRN 성분 관련 검색량은 전년 대비 61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PDRN 세럼은 4534%, 앰플은 1250%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성분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화장품에서 시술급 효능을 기대하는 소비자 니즈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PDRN은 주로 연어 정소에서 추출해왔으나 공급원 확보의 한계와 환경 규제 리스크가 지적돼 왔다. 코스맥스는 이번 캐비아 PDRN 상용화로 원료 수급 불안정성을 해소했다. 가히(코리아테크)가 국내 농장에 투자해 확보한 독점 원재료에 코스맥스의 고순도 추출 기술을 결합한 형태다. 이는 해외 원료사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기술로 원료 주권을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공법의 핵심은 '비살상 채취'와 '초정제' 기술이다. 윤석균 코스맥스비티아이 BI(바이오이노베이션) 랩장은 "철갑상어를 희생시키지 않고 알만 채취하는 방식을 도입해 최장 150년까지 안정적인 원료 수급망을 확보했다"며 "5년간의 연구를 통해 상업화 최소 기준인 1% 이상의 수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는 캐비아 맞춤형 효소를 발굴해 알 껍질과 단백질 불순물을 분리하는 독자 공정을 구현했다.
캐비아 PDRN(왼쪽부터), 대조군인 연어 PDRN 고순도·저순도의 모습. /사진=코스맥스


캐비아 유래 성분은 지질 함량이 높아 정제 과정에서 색이 탁해지거나 특유의 비린내가 발생하는 기술적 난제가 있었다. 윤 랩장은 "다년간 축적한 생물전환 오일 정제 기술을 적용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99% 고순도의 투명 소재를 개발했다"며 "초정제 기술로 분리정제 했기에 물과 같은 투명도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맥스 측이 제시한 사진 자료를 보면 대조군인 연어 PDRN이 고순도 상태에서도 노란빛을 띠는 것과 달리 캐비아 PDRN은 무색투명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러한 소재 내재화는 코스맥스의 비즈니스 모델 진화를 의미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ODM 모델을 넘어 핵심 소재의 공정 기술을 보유한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윤 랩장은 "이론상 2~3단계의 중간 유통 마진이 제거됨에 따라 기존 수입 방식 대비 약 30%의 가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적 측면에서 코스맥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고 기술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어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K뷰티는 외형적인 마케팅이나 브랜드 파워를 넘어 '성분 설계'라는 본질적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캐비아 PDRN을 시작으로 양수 업사이클링 등 고기능성 바이오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 내 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