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유가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기름값 추경(추가경정예산)' 규모가 민생 지원 명목까지 붙을 경우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 초과세수를 활용해 '빚 없는 추경'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오후 3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초과세수가 15조~20조원 더 들어올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안도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구남구을) 질의에 "금년 1월 세수 실적치가 작년 1월 대비 한 6조원 이상 더 들어왔다"고 답했다.

이어 "법인세는 금년 3월 확정 신고를 봐야겠지만 반도체 업황을 감안했을 때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권)거래세도 2배 이상의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로 (초과세수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추경의 대상과 범위에 대한 박성훈 의원(국민의힘·부산 북구을)의 질의에 "석유류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피해를 보는 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전 국민에게 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또는 택배, 농어민 같은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선 "조금 따져봐야 한다"며 "피해가 얼마인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그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 부총리는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최근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있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거래세도 늘고 있다"며 "적정 규모로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3월6일 대전시의 한 주유소를 찾아 거래상황과 유류 품질 등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번 추경의 재원으론 ▲법인세 ▲증권거래세 ▲근로소득세 등 주요 세목에서의 초과 세수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법인세로 각각 5조6280억원과 2조8427억원을 납부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해 초까지 이어지면서 1분기 기준 초과세수가 최대 10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최근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 활성화로 증권거래세도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늘 수 있다고 본다. 대기업 임금 상승으로 인한 근로소득세 증가분도 추경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민주당과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추경이 소상공인 지원과 문화·예술계 지원 등으로 확대될 경우 규모가 최대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추경을 해서라도 문화·예술의 토대를 건강하게 되살려야 한다"며 "앞으로 추경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최우선순위로 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래 추경 편성은 총 18번 있었는데, 이 가운데 7번이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이 7번 가운데 4번이 초과 세수를 활용했다. 2022년 5월 추경호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엔 62조원 규모의 추경을 하면서 초과세수 53조원을 활용한 바 있다.

현재 국고채 금리 등을 고려할 때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은 정부로서 부담스럽다.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42%로 나타났다. 2024년 6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추경을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 금리가 더 상승할 수 있는데, 이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로 이어진다.

정확한 초과세수 추계는 법인세 납부 실적을 볼 수 있는 다음달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전인 5월쯤 추경을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