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헌 이후 약 40년 만에 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12일 공포됐다.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판소원제', 판사·검사의 법 적용을 문제삼는 '법 왜곡죄'는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대법관 증원은 2년 후인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관련해 '법 왜곡죄'로 고발됐다. 난민 사건과 국가배상 지연 사건 등 10건 넘는 재판소원도 접수됐다.


'사법 3법'은 국회 본회의 직전 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될 정도로 충분한 공론 절차 없이 졸속 추진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제는 후속 절차와 기준 역시 미비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헌재가 재판소원을 받아들여 판결을 취소했는데 법원이 같은 판결을 다시 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판결 취소시 어느 심급에서 재판이 다시 열릴지도 불명확하다. 확정 판결을 소급해 취소할 경우 그 사이 이뤄진 행위의 법적효력 여부도 문제다. 법원과 헌재가 합의하지 못한 쟁점이 수두룩한데도 일단 시행하면서 보완하겠다며 '개문발차'부터 한 형국이다.

당장 우려되는 건 소송 폭주로 인한 헌재 기능의 마비 가능성이다. 헌재는 앞으로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평균 접수 사건(약 3000건)의 3~5배 수준이다. 현재 대법원도 매년 4만 건의 사건이 몰리면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 헌재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자칫 헌재 본연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심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재판소원제 역사가 오래된 독일의 경우 사전심사제도로 부적격 사건을 걸러내고 인용률도 3% 미만에 그친다. 헌재는 원칙적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판례를 통해 만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 왜곡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판사·검사의 내심을 어떻게 판단해 어디까지 법 왜곡 행위로 볼 수 있을지 판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호로 고발된 것처럼 정치적 공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시대상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이 위축될 가능성이다. 법관들이 고소·고발과 형사 처벌을 우려해 기존 판례를 따르는 안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관의 재량권 침해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법 3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기능한다면 헌법상 사법 체계 원칙이 훼손되고 대법원의 권위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대법원과 헌재가 협력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두 기관은 여러차례 갈등을 겪어 왔다. 과거 헌재가 '한정위헌' 방식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은 적이 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다. 최근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은 헌재를 '정치적 재판 기관'으로 부르기도 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두 최고 법원이 권한 다툼과 신경전을 이어간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궁극적으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대법원도, 헌재도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