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4년 8월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성능시험에 흡족한 김 총비서가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노동신문)


드론이 전쟁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드론 수천대를 앞세운 '벌떼 작전'으로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섞어쏘기' 전술을 구사 중이다.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드론 기술을 이전받은 북한이 섞어쏘기에 나설 경우 한국에 심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조상근 KAIST 연구교수(사단법인 창끝전투 학회장)는 13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한반도는 중동에 비해 종심이 짧다"며 "김정은이 추후 자폭드론을 대거 운용해 한국군의 방공망을 일시 마비시킨 뒤 KN-23·24·25 등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국가 중요시설을 정밀타격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자폭드론' 샤헤드-136으로 이스라엘 뿐 아니라 중동 내 미군기지가 위치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을 타격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거리는 1500㎞ 이상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군사분계선(MDL·휴전선)에서 남해안까진 약 300~400㎞에 불과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4년 8월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자폭 무인기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모습. / 사진=뉴스1


이 때문에 유사시 북한이 드론으로 전국에 있는 군사·통신시설을 일시 마비시킨 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전술을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드론 기술을 이전받아 온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러시아의 기술지원을 받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샤헤드-136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4년 8월 자폭드론을 공개했을 때, 당시 드론은 이란의 샤헤드 기종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지난 1~2월 노동자 1만명을 러시아의 드론 공장이 있는 타타르스탄 옐라부가로 파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러시아에는 샤헤드-136 등 이란제 드론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곳곳에 위치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의 샤헤드 자폭 드론은 러시아에 공장을 건설해 대량 생산하는 등 이란과 러시아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했다"며 "북한도 러시아와 드론 생산에 있어 모종의 협력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란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샤헤드-136 등과 같은 수준의 드론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구축하면 '안보 비대칭' 상황이 벌어진다. 이란의 샤헤드 기종은 GPS(글로벌 위성항법장치)를 달고 2000㎞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보다 비행속도가 느리고 낮게 날아 방공체계가 새떼로 오인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3월27일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5~26일 새로 개발·생산 중인 각종 무인정찰 및 자폭공격형 무인기를 점검하고 성능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노동신문)


고가의 방공 무기체계를 보유한 한국으로선 치명적인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국의 방공망은 ▲THAAD(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LAMD(장사정포 요격체계) ▲천궁-Ⅱ ▲패트리어트(PAC-3) 등 다층망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약 2000만원에 불과한 드론을 300만~700만 달러(50억~100억원)의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최소 10배 이상의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샤헤드 계열 드론 비축량은 약 8만대로 추산된다. 이란은 미사일에 비해 비용이 매우 저렴한 자폭드론을 소모하는 전술로 미국과의 전쟁에서 버티고 있다.

조 교수는 "이란은 장거리 자폭드론인 샤헤드-136과 미사일 섞어쏘기로 미국·이스라엘에 대항하고 있다"며 "저가로 대량 생산과 비축이 가능한 샤헤드-136이 이번 전쟁의 향방을 뒤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전'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있는 점도 한반도 안보에 위협 요소로 평가된다. 군은 최근 북한군의 드론 공격에 대비해 드론 탐지 특화 레이더, 전파 교란 기술 등을 일선 부대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드론 대응에 특화된 통합체계를 현재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5월14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날인 13일 인민군 훈련일꾼(간부)대회 강습체계 안에서 진행되는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김 총비서는 "가장 사활적인 임무는 전쟁준비완성"이라며 현대전에 맞게 훈련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