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가 인공지능과 로봇을 결합한 글로벌 뷰티 운영체제를 구축해 전 세계 브랜드가 자사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구축했다. 사진은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전경. /사진=한국콜마


글로벌 화장품 산업의 중심이 브랜드 기획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집약한 글로벌 뷰티 OS(운영체제)를 구축하며 전 세계 뷰티 시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주문생산을 넘어 브랜드사가 한국콜마의 인프라 없이는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연구 데이터를 AI 기술과 결합한 전 공정의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어들이 한국콜마를 찾는 요인은 공정 속도다. 한국콜마는 통상적인 화장품 개발 기간을 9~12개월에서 3~6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

기간 단축 비결은 'PPS'(Packaged Product Service) 시스템이다. 한국콜마는 140개 이상의 제형·용기 라인업을 구축하고 시간 소모가 큰 제형·용기 안정성 테스트(C/T)를 사전에 완료했다. 고객사가 옵션을 선택하면 즉시 생산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관계사 라우드랩스의 AI 플랫폼을 더해 상품 기획 단계를 줄였다. 키워드 입력 시 AI가 상품 콘셉트부터 컬러, 제형, 용기까지 포함된 기획안을 30초 내에 제안한다. 기존 1~3개월이 소요되던 업무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줄였다.

플랫폼 경쟁력은 수치로 나타난다. 매년 200개 이상의 신규 고객사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개의 신규 브랜드가 한국콜마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다. 해외 고객사의 유입도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유입되는 고객사 중 유럽 지역사의 비중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국가 고객사의 유입 비중은 29%다. 인디 브랜드와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한국콜마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는 한국콜마의 글로벌 규제 대응 능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다. 미국 MoCRA(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와 유럽 CPNP 등 까다로워지는 국가별 환경 규제를 로봇 기반의 '피지컬 AI' 시스템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사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법적 리스크를 제조 인프라가 분담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100여개국 수출이 가능한 '글로벌 프리패스' 인프라를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실적은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뒷받침한다. 한국콜마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7224억원, 영업이익 239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콜마는 수익을 AI와 로봇 기술에 재투자하며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36년간 4500여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쌓아온 빅데이터는 경쟁사가 단기간에 추격하기 힘든 기술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한국콜마는 아마존과 협업해 인디 브랜드를 온라인 시장에 안착시키는 등 생태계를 확장해 잠재 고객사를 매달 20~30%씩 늘리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에 AI와 로봇 기술이 적용되면서 뷰티 산업의 패러다임이 도약하고 있다"며 "글로벌 뷰티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기술 주권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