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 등 약 7개 국가로 '호르무즈 호위 연합'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원유 수송로가 막히자 이를 관리할 다국적 해군 운용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꺼리는 국가도 있지만,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선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있다고 압박했고, 나토 국가들에 대해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경고하기도 했다. 19일 백악관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이 '호위 연합' 구성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는 일은 우리로선 여러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관세와 통상 문제까지 걸려 있는 동맹국 요청을 무작정 외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포함한 '한미동맹 현대화'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공격에 대한 국제법상 논란이 존재하는 가운데 군사 자산 투입은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다. 이란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안전한 원유 수송은 곧 우리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동맹관계와 안보, 경제적 국익이 복합적으로 얽힌 중층적 딜레마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20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가 작전 임무 구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전례를 거론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의 공동 방위 구상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파병 방식을 택했다. 일본도 자위대 정보수집 임무를 명분으로 독자 노선을 택했다. 그러나 미국이 '7개국 호위 연합' 구성을 명확히 하는 상황에서 같은 방식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때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전쟁 국면이다. 미국과 이란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쟁 장기화도 우려된다. 선박 보호 임무라도 우발적 무력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냉정하게 볼 때 미국이 끝까지 군함 파견 요구를 접지 않는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감정이나 명분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국제 현실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거론된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안보 무임승차' 비판을 받아온 나라들이다.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면 관세나 방위비 협상 등 경제·안보 보복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 점에서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기 보다는 최대한 신중히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른 국가들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제한적 참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한편으로 외교당국 차원에서 이란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맹국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되 국익을 지키는 정교한 외교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야는 16일 군함 파견이 국회 비준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을 외국에 파견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합의와 국민 동의를 거치는 게 옳은 길이다. 파병 이슈는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동맹으로서의 책임과 장병들의 안전, 국가 이익을 모두 고려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 역시 오로지 국익 차원에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선택이 어려운 순간일수록 국가의 전략적 지혜가 시험대에 오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