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인도양에 위치한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기지를 향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미국과 이란의 긴장 관계가 중동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기지가 있는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 /사진=로이터


이란이 인도양에 있는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기지를 겨냥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 범위가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지역을 넘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은 이란이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소재 미-영 연합군 기지를 향해 사거리 4000km급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기지는 타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발 중 한 발은 비행 중 고장이 났으며 다른 한 발은 미 해군 군함이 SM-3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격추에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28일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작한 이후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자미르 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 미사일들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사일 사거리는 베를린, 파리,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영국 정부가 미군에 이란 미사일 기지 타격을 위한 영국 군기지 사용을 승인하기 전인 지난 금요일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21일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영국 국방부는 이날 미영 합동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이 "이란의 무모한 공격"이라며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이를 통해 지역 전반에 분노를 표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인질로 잡고 있다"며 "이는 영국의 이익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파리도 이란 미사일 사정권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이란이 실전에서 IRBM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동 지역을 넘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려는 중대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 정보 장교를 역임한 바 있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은 이번 미사일 공격은 이란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수준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에 밝혔다.

시트리노비치 연구원은 이란이 유럽을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공격은 이란이 기록한 가장 먼 거리의 미사일 발사였다. 기존 장거리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으며 무게를 줄여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모든 압박에도 이란 지휘통제 체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격이 유럽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전쟁 이전보다 더 강격하고 극단적인 태도"라고 분석했다.

더글러스 배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수석펠로우는 이란의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이 유럽에 가하는 위협이 이론적 수준에서 현실적인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유럽을 향한 메시지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은 그렇게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간단체인 '위스콘신 핵무기제어 프로젝트'는 이란이 사정거리가 4000㎞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령 차고스제도에 속한 디에고 가르시아섬은 이란에서 약 4000㎞ 떨어져 있다. 디에고 가르시아섬의 공군 기지는 미국이 폭격기, 핵잠수함,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운용하는 전략적 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