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수급 차질·고환율·전속고발권 폐지' 삼중고
공급가 담합 의심될 때마다 상시 고발 가능성↑
최성원 기자
공유하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으로 정유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차질과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상시적인 형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46년 만에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공정위 소관 6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한 고발은 공정위만 할 수 있었다. 제도 개편이 확정되면 일반 국민 300명 또는 사업자 30곳 등 일정 수 이상 모인 경우 고발이 가능해진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법률이 일반 형사법과 달리 경제적 분석이 중요해 전문기관인 공정위가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제도로 1980년 제정됐다.
고발요청권도 50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 226개 기초자치단체로 확대된다. 대부분의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가 해당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고발요청권은 공정위가 조사 후 고발하지 않은 사건을 다른 국가기관이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전속고발권 폐지 시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정유시장은 SK에너지·에쓰오일(S-Oil)·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4사 과점 구조라 유가 급등기마다 공급가 담합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와 경유가 주기적으로 구매되는 필수재인 만큼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것도 우려를 키운다. 일반 국민에게 고발 권한이 부여되면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상시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기업들의 상시적인 수사 리스크 노출과 공소권·고발권 남용을 걱정한 이유기도 하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전속고발권 폐지까지 추진되며 정유사들의 경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 수급 루트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내외 정유사들 모두 스팟 물량 확보나 대체 공급처를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전쟁으로 인한 고환율 국면도 부담 요인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전량 달러로 수입하기에 환율이 상승하면 원유 도입 단가가 높아져 원가 부담이 커진다. 원유 구매 계약 체결 시점과 실제 대금 납부 시점 간 시차가 있어 이 기간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도 발생한다. 업계에선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약 10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엔 공감하나 휘발유와 경유가 필수재다 보니 여러 리스크가 예상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최성원 기자
안녕하십니까 동행미디어 시대 산업1부 최성원 기자입니다. 어떤 말씀이든 귀담아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