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부, 주유소 업계, 정유 4사가 주유소의 정유사 전속거래 구조를 완화하고 사후정산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부, 주유소 업계, 정유 4사가 주유소의 정유사 전속거래 구조를 완화하고 사후정산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중동전쟁발 유가 급등 속에서 주유소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도 주유소와 정유사 간 공정한 거래관행 정착과 유가 안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 이행을 지원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중동전쟁발 유가 폭등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한 주유소-정유사 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민주당에서 ▲한병도 원내대표 ▲민병덕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김남근·정진욱·이재관·이강일·박희승 책임의원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업계에서는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전무 ▲정유 4사 임원들이 참석했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주유소 시장에서는 4대 정유사 중심의 과점 구조로 인해 개별 주유소의 협상력이 제한되는 문제가 이어져 왔다. 특히 상표주유소는 전속계약 탓에 타사 제품 구매가 어려워 가격 경쟁이 제한됐고 사후정산 방식으로 인해 실제 매입가격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구조 전반의 개선과 공정한 경쟁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을지로위원회의 제안에 주유소와 정유사 업계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이번 상생협약을 이끌어낸 김남근 책임의원은 "사후정산제는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라며 "주유소로서는 소비자에게 일단 비싸게 팔아야 하는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고 정유사들이 가격을 급격히 올릴 가능성도 항상 안고 있는 제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 가격이 급등할 경우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구조였다"라고 덧붙였다.


협약에 따르면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로부터 전량을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정유사 제품을 60% 이상 구매하는 혼합계약으로 전환하게 된다. 또 주유소와 정유사는 구매 비율을 이유로 공급가격과 공급물량, 거래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기로 했다. 구매 비율은 60% 이상 범위에서 정유사와 주유소 간 개별 협의를 통해 정하도록 했다.

사후정산제도도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정유사가 우선 임시가격을 통보한 뒤 실제 공급가격과의 차액을 한 달 뒤, 많게는 두 달 뒤 정산하는 방식이어서 주유소 업계는 최종 정산가를 알지 못한 채 소비자 판매가격을 정해야 했다. 앞으로는 정유사가 매일 일일판매기준가격을 사전에 확정해 공시해야 한다. 다만 주유소가 요청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사후정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는 금융 부담을 덜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정유사들은 주유소가 구매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경우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유가 급등기에 현금 유동성 부담이 커지는 주유소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번 협약이 현재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 종료 이후를 대비한 구조개혁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 이후 급등한 유가를 한시적으로 억누르는 장치지만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고유가 국면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그간 유가 폭등기마다 정유업계의 과점 구조와 사후정산제 개선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 상생협약은 최종 수요자인 국민의 실생활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혼합판매 활성화는 도매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도매가 정산은 소매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이자, 정유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소비자 편익 향상에 기여하는 합리적 시장 환경의 기본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