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학개미 또 떠날라…중·장기 투자 매력부터 높여야
[돌아와요 서학개미②] RIA(국내시장 복귀 계좌) 출시됐지만 이란 전쟁으로 코스피 '암초' 만나
'1년 세제 혜택 누리고 다시 해외로' 우려도…"왜 세금 많은데도 해외 나가는지 생각해봐야"
이동영 기자
공유하기
편집자주
투자자가 어느 증시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큰 요소는 결국 '돈'(가치)이 되느냐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해외 증시보다 저평가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렸고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대거 양산했다. 정부는 투자자를 망설이게 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본시장 안정화·활성화에 나섰고 '서학개미'에 국장 복귀를 외치며 '세제혜택'을 약속했다.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국내 기업의 성장세와 정부의 의지가 만나 국내 증시는 시너지가 폭발했고 '코스피 6000시대'를 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도 커졌다. 국내 증시의 미래에 투자하라는 정부의 외침이 '서학개미'도 자극할 수 있을까.
서학개미들이 국내 증시 복귀를 시작했지만 그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RIA(국내시장복귀계좌)가 야심 차게 출시됐지만 정작 코스피가 중동 리스크로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년 12월 RIA 계좌 신설을 포함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로 돌아올 경우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국내 증시 호황이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코스피는 2399.49에서 4214.17까지 75.63% 급등했다.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실적 상승이 주식 시장에 힘을 실었고 코스피는 3000선과 4000선을 넘어 올 들어 6000선까지 돌파했다.
불장에 국내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위해 쌓아두는 예탁금은 2024년 12월31일에는 54조2426억원이었으나 2026년 3월31일에는 110조2889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5조3155억원에서 29조8377억원으로 5배 이상 뛰었다.
순탄할 것 같았던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마주했다. 코스피는 전쟁 직전인 지난 2월27일 6244.13을 찍었지만 3월 장이 열리자마자 7% 넘게 급락하며 5700선까지 밀려났다. 이후 코스피는 5042.99(3월31일 장중)부터 5934.35(3월18일 장중)까지 위아래로 900포인트 가까이 움직였다. 3월3일부터 4월9일까지 코스피 하루 평균 등락 폭은 202.80포인트에 달했다. 이 기간 평균적으로 3.67% 오르내린 셈이다.
등락률이 사이드카 발동의 기준이 되는 5% 이상인 날도 9차례에 달했다. 실제로 매도 사이드카가 5번, 매수 사이드카가 4번 이어지며 투자자의 피로감을 키웠다. 2026년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13회로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발동 횟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1년짜리 세제 혜택으로는 한계…"근본적인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 높일 방법 고민해야"
RIA 개설은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3월23일 RIA가 정식 출시된 이후 일주일 가량이 지난 4월2일 기준 RIA 가입 계좌는 9만개를 돌파했다. 이날까지 23개 증권사에서 9만1923좌가 개설됐고 잔액은 4826억원에 달했다. 7일 기준으로는 11만3717좌에 잔액은 5613억원이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저녁 본인의 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신규 개설 수가 11만4000개를 넘겼다"면서 "여기에 중동 전쟁이 휴전에 들어가며 금융 및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소 완화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RIA 계좌 개설 자체는 늘고 있지만 세제 혜택이 종료되는 1년 후에도 계속 머무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해외주식 대비 RIA 규모가 저조한데다 자금을 '파킹'하며 세제 혜택만 누리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정책 보완과 함께 코스피 자체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의 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2164억1737만달러(약 320조3842억원)에 달한다. 반면 RIA 잔액은 5613억원으로 0.17%에 불과하다. 당장 계좌당 50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현재 계좌 1개당 잔고는 약 493만원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RIA에 세제 혜택이 있지만 많은 개인은 이를 단기적인 '전략'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면서 "RIA가 세후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이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비과세 혜택을 누린 서학개미가 1년 뒤에도 국내에 계속 머물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당장 미국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등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전쟁 속 횡보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 매력도가 올라가면 자금은 다시 해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투자자의 불신을 부채질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삼천당제약이 신약 임상 소식에 급등했지만 각종 의혹 속에 3월31일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이 예고되자 하한가로 직행했다.
앞선 관계자는 "해외 주식 투자는 양도세 부과 때문에 국내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함에도 투자자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이는 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더 매력적인 자산으로의 이동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RIA 등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투자를 높이는 데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불확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로 국내 주식으로 투자자를 리턴시키고자 한다면 세제 혜택을 넘어 국내 시장과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동영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동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