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데스크]유통가의 AI 파도, 바람을 읽고 있는가
박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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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 말이요."
영화 <관상>에 나오는 이 대사는 현상에만 시선을 고정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을 잘 보여준다. 눈앞의 움직임을 좇느라 그 배경을 이루는 구조를 보지 못하는 순간, 판단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유통업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요즘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IT와 전자 산업을 넘어 AI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이런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 생성형 모델 도입,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 같은 움직임이 이어진다. 기술을 둘러싼 메시지는 빠르고 분주하다.
유통 대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AI 전략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오픈AI 코리아와 협력에 나서는 한편 지난 3월에는 미국 기업이 자국의 AI 기술과 인프라를 해외에 적용한 첫 수출 사례로 평가되는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서비스 차원을 넘어 데이터 처리의 물리적 기반까지 손에 쥐겠다는 선택이다.
롯데그룹은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를 앞세워 유통 현장 전반에 AI 활용을 확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카카오와 손잡고 AI 추천 기반 이커머스 실험에 나섰다.
AI는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처럼 언급된다. 이 지점에서 한 번쯤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정말 새로운 바람을 읽고 있는가 아니면 또 하나의 파도에 올라타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은 유통 산업이 처한 현실을 떠올리면 더 무게를 갖는다. 유통업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은 더디고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실적에 대한 기대보다 방어적인 전망이 앞서는 이유다.
온라인 유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차례 경쟁을 거치며 시장의 중심은 이미 단단해졌다. 단기간의 기술 도입이나 서비스 변화만으로 판이 흔들릴 만큼 유통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속도보다 체력, 확장보다 구조가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AI는 설명하기 좋은 언어가 된다. 효율과 미래를 말할 수 있고 당장의 숫자보다 다음 단계를 이야기하기에 적절하다. 하지만 기술은 방향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 방향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AI는 분명 운영 효율을 높이고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든다. 재고 관리와 발주, 고객 응대, 추천과 분석의 품질도 개선된다. 다만 이런 변화가 소비자의 선택 이유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왜 이 채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술의 효과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AI는 정리되지 않은 구조를 대신 정돈해 주는 장치가 아니다.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물류와 매장, 고객 경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구조가 흩어져 있다면 AI는 기능 개선의 수준에 머문다.
지금 많은 유통 기업들은 그 중간 지점에 서 있다. 기존 구조를 쉽게 부정하기에도, 전혀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AI라는 언어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시간이 지나 살아남은 기업들은 늘 비슷한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다. 기술에 앞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고 파도를 쫓기보다 바람의 방향을 먼저 읽었다. AI를 붙인다고 미래가 오는 것은 아니다. 미래는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유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영화 <관상>에 나오는 이 대사는 현상에만 시선을 고정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을 잘 보여준다. 눈앞의 움직임을 좇느라 그 배경을 이루는 구조를 보지 못하는 순간, 판단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유통업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요즘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IT와 전자 산업을 넘어 AI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이런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 생성형 모델 도입,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 같은 움직임이 이어진다. 기술을 둘러싼 메시지는 빠르고 분주하다.
유통 대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AI 전략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오픈AI 코리아와 협력에 나서는 한편 지난 3월에는 미국 기업이 자국의 AI 기술과 인프라를 해외에 적용한 첫 수출 사례로 평가되는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서비스 차원을 넘어 데이터 처리의 물리적 기반까지 손에 쥐겠다는 선택이다.
롯데그룹은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를 앞세워 유통 현장 전반에 AI 활용을 확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카카오와 손잡고 AI 추천 기반 이커머스 실험에 나섰다.
AI는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처럼 언급된다. 이 지점에서 한 번쯤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정말 새로운 바람을 읽고 있는가 아니면 또 하나의 파도에 올라타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은 유통 산업이 처한 현실을 떠올리면 더 무게를 갖는다. 유통업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은 더디고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실적에 대한 기대보다 방어적인 전망이 앞서는 이유다.
온라인 유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차례 경쟁을 거치며 시장의 중심은 이미 단단해졌다. 단기간의 기술 도입이나 서비스 변화만으로 판이 흔들릴 만큼 유통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속도보다 체력, 확장보다 구조가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AI는 설명하기 좋은 언어가 된다. 효율과 미래를 말할 수 있고 당장의 숫자보다 다음 단계를 이야기하기에 적절하다. 하지만 기술은 방향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 방향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AI는 분명 운영 효율을 높이고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든다. 재고 관리와 발주, 고객 응대, 추천과 분석의 품질도 개선된다. 다만 이런 변화가 소비자의 선택 이유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왜 이 채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술의 효과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AI는 정리되지 않은 구조를 대신 정돈해 주는 장치가 아니다.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물류와 매장, 고객 경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구조가 흩어져 있다면 AI는 기능 개선의 수준에 머문다.
지금 많은 유통 기업들은 그 중간 지점에 서 있다. 기존 구조를 쉽게 부정하기에도, 전혀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AI라는 언어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시간이 지나 살아남은 기업들은 늘 비슷한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다. 기술에 앞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고 파도를 쫓기보다 바람의 방향을 먼저 읽었다. AI를 붙인다고 미래가 오는 것은 아니다. 미래는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유통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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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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