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시민들 모습. /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일선 주유소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정부가 기름값 상승에 따른 부담을 막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유소에 대한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내 기름값은 꾸준한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올라온 국내 기름값 정보를 보면 지난 2월28일 리터(ℓ)당 1,692.89원이던 휘발유 가격은 이달 14일 1996.72원으로 18%가량 치솟았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 역시 1597.86원에서 1990.70원으로 24.5% 급등했다.

중동 전쟁 이후 글로벌 원유 주요 보급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기름값 역시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원유 수급을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이번 전쟁에 따른 피해가 크다.


기름값은 소비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품목의 가중치는 46.6으로 농수산물보다도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3차에 걸쳐 석유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는 한편 국민 70%에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기름값 급등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가 연료 공급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최일선 현장인 주유소는 정부의 정책 지원에서 비켜나 있는 상태다. 오히려 국내 기름값 상승을 부추기는 매점매석 원흉으로 낙인찍혀 정부의 직접적인 관리 대상에 올라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는 석유대리점 손실로 이어져 '정유사-석유대리점-주유소'로 연결되는 유통 구조에 부담을 늘리고 있다.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석유대리점 공급가와 정유사의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지면서 석유대리점은 저장비,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비용도 반영하지 못한 채 공급을 이어가 판매량이 늘수록 손실도 커지는 구조가 됐다.

이에 업계는 석유대리점에 대해 주유소 최고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고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정산 과정에 대리점 공급가 인하분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드수수료도 주유소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현재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이 40년 가까이 정률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선 주유소들은 고유가 기간 만이라도 카드수수료율을 한시적으로 0.8~1.2% 수준으로 탄력적으로 낮춰 부담을 줄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에 정작 기름을 공급하는 주유소가 제외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으로 제공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사업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지역사랑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연 매출 30억원 이하 주유소는 전체의 30% 이하로 사실상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석유유통협회가 이 같은 현실을 토로하며 주유소에 한해 매출액 요건을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정부도 검토해보겠다고 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주유소가 진출입로 확보를 위해 필수적으로 부담하는 도로점용료에 대해 별도의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이에 도로점용료 50% 감면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게 일선 주유소들의 요구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당시 도로점용료 3개월분 한시 감면을 시행한 바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는 단순한 영업시설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 공급망의 최종 단계에서 국민의 일상적 이동과 지역 물류를 뒷받침하는 생활기반시설"이라며 "주유소는 연료를 직접 공급하는 최일선 현장으로서 외부 충격에 따른 부담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업종인 만큼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