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미디어 시대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시대포럼: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이후 포럼 기조연설자와 주제발표자, 주요 참석자들이 숙의토론에 나선 모습.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선근 시대 회장, 조상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교수, 장현호 방위사업청 첨단기술총괄계약팀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조규태 LIG 디앤에이 AI 연구소장. / 사진=뉴스1


"현재 한국의 방산업계는 '골든 에라'(Golden Era·황금기)가 아니라 생존을 결정지을 '골든 타임'(Golden Time·결정적 시간)에 들어섰습니다." (조규태 LIG 디앤에이 AI 연구소장)


"약 200조원의 공공조달 가운데 국방 분야에서 5%, 그게 어렵다면 1%만이라도 혁신 벤처기업 제품·기술을 사주는 데 활용합시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동행미디어 시대가 주최한 [시대포럼: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직후 포럼 강연자와 주요 참석자들은 숙의토론에서 K방산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제언을 던졌다.


이날 숙의토론은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장현호 방위사업청 첨단기술총괄계약팀장 ▲조규태 LIG 디앤에이 AI 연구소장 ▲조상근 카이스트 연구교수 ▲홍선근 시대 회장 ▲이상언 시대 제도혁신연구소장 ▲이무영 시대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25억달러(약 18조원)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지만 대기업에 유리한 무기획득 제도와 진입 장벽으로 인해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행 국방 무기획득 제도는 대기업과 하드웨어 무기 위주인데다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15년 이상 소요돼 스타트업은 버틸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또 절차적 공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국방 조달 제도와 이른바 '뷰티 콘테스트'(외형적 요건 중심의 엄격한 심사) 방식의 평가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의 방산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걸림돌로 지목됐다.

딥테크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AC)인 이용관 대표는 "국방 스타트업 가운데 사관학교 출신이 많지만 이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나 주력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정동 교수는 "방산 스타트업의 놀이터가 열려 있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국방부의 수십개 예산 가운데 10%나 최소 5%라도 혁신을 위해 과감하게 쓸 수 있는 예산을 만들어주는 '안전 펜스'를 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연간 200조원이 넘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국방 분야의 1%라도 방산 혁신기술 구매를 의무 할당하고, 일선 공무원들이 감사 부담 없이 혁신 제품을 채택할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육사 출신 예비역 중령인 조상근 교수는 "미국이나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투를 했던 군인이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필요한 기술을 디자인해주기 때문에 빠르게 혁신할 수 있다"며 "전투 경험이 풍부한 예비군이 스타트업에서 교육을 하며 민군이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래는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들.

동행미디어 시대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시대포럼: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이후 포럼 기조연설자와 주제발표자, 주요 참석자들이 숙의토론에 나선 모습. / 사진=뉴스1



"방산 스타트업 성장 위해 '95+5' 아닌 '100+5' 고민해야"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이정동)= 시대포럼에서 나온 작은 사례들이 모여 K방산을 혁신하는 '티핑 포인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상근 KAIST 연구교수(이하 조상근)=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현존 위협이 있는 나라다. 무기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스타트업의 기술을 접목하기 쉽지 않다. 무기체계 개발부터 전력화까지 15년 이상이 걸린다. 기간을 줄이면 좋지만 현재 운용하는 전력이고 현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책임이 따르는 무기체계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잘못이 없다. 대신 국방 소프트웨어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무기체계, 전력 체계에 혁신을 더하는 기술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이하 이용관)= 국방부의 역할 중 하나가 스타트업의 역할을 나누고 기준을 세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방 관련 스타트업에 사관학교 출신이나 현장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분들이 창업하셨을 때 한국을 테스트베드나 주력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정동= 조 교수님의 말씀대로 현행 전력은 안정적이고 책임이 내부로 향하는 것이 맞다. 다만 국방 분야가 미래 기술에 공간을 열어주고 기술을 시험적으로 구매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국방 관련 연구개발(R&D)이나 전력 예산의 10%를 떼어 혁신적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게 열어주면 좋겠다. 제3자가 보기에는 방산 스타트업의 놀이터가 열려 있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 안전 울타리를 치는 것도 방법이다. 예산의 10%는 혁신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자는 의미다. 최소 10%, 5%라도 숨구멍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홍선근 시대 회장(이하 홍선근)= 이 교수님께서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되 혁신을 위해 5%를 할당하자고 말씀을 주셨는데, 저는 기존 접근법을 바꾸는 대신 기존 방식에 플러스 알파로 가자는 말씀을 드린다. 이 교수님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다른 트랙을 하나 만들어 달리 접근하자는 의미다. 100을 95대 5로 나누지 않고 100에 5를 더해 105로 만들어 보자는 뜻이다. 기존 성과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형태다.

▶조상근= 예산 할당 전 선행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정부 부처 간 예산이 수평적으로 교류돼야 한다. 예컨대 R&D 사업이 확정되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방부로 예산을 이관할 규정이 없다. 이 부분만 활성화해도 R&D 이전에 예산이 수평적으로 흘러 다부처 사업이 활발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어렵게 100억원을 확보해도 육군 미래혁신연구센터에 바로 주지 못한다. 국방부를 거쳐 육군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근거 규정이 없고 받을 사람도 없다. 자칫 감사를 받을 수 있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정부 부처 간 장벽이 너무 두껍다.

▶장현호 방위사업청 첨단기술총괄계약팀장(이하 장현호)= 범정부 대드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청사진만 제시하고 피드백을 대내외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월 단위로 실행 계획을 관리하고 점검한다. 연내 '국방첨단전력사업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첨단기술 획득 트랙을 획기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미래도전기술개발 중 '룬샷 프로젝트'는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드는 사업이다. 미래도전기술개발은 신규 사업만 1000억원, 올해 예산은 총 3495억원 편성됐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이길 수 없는 구조"

▶조규태 LIG 디앤에이 AI 연구소장(이하 조규태)=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기존 제도의 한계가 크다. 스타트업이 국내보다 해외로 먼저 나가는 것은 제도가 공정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평가 절차에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없는 구조다. 결국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경쟁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떨어지면 협력 업체들도 다 사업을 못 하게 된다. 오늘 포럼에서 체계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15.4년이 소요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스타트업은 수년간의 기획을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견뎌야 한다. 과기부가 추진하는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 기업에 몰아주지 않고 여러 기업에 동일한 임무를 부여한 뒤 실증 위주로 단계별 평가를 진행해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서 중심의 제안 제도가 아니라 실증 중심이 중요하다.

▶이용관= 투자 업계에서는 이를 뷰티 콘테스트라고 부른다. 외부 자격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설정해 지원 단계에서 대다수를 걸러낸다는 의미다. 예컨대 과기부의 소형 발사체 사업은 대한항공,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경쟁해 결국 스타트업인 페리지가 남았다. 일단 기회를 주고 치열하게 붙어볼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누리호 발사 당시에도 쿼터제를 도입해 대학팀과 민간 기업의 참여를 이끌었다.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에 문을 열고 협업을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조규태= 공감한다. 앞의 기획 제안에는 힘을 아끼고 오히려 실제 개발하면서 경쟁하는 게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기업 입장에서 저희한테 당장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혁신이 필요하다.

▶이용관= 스타트업들에게 정책에 목숨 걸거나 의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위로는 어불성설이다. 당장 풀릴지 알 수 없더라도 민관군이 다 같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1차 목적이 돼야 한다. 반도체 산업도 수요 급증으로 가려졌을 뿐 산업 전반의 리스크는 엄청나다. 스타트업의 얘기를 들어보면 혁신 아이디어를 들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찾아가면 TSMC가 양산에 적용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방산 분야 역시 호황에 가려 구조적인 문제가 덮여 있다고 생각한다.

▶조규태= 지금 방산업계는 골든 에라가 아니라 생존을 결정지을 골든 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산업 전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크다. AI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외부 기술 발전 속도와 국방 분야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낀다.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무기체계 변화를 따라가려면 하드웨어 중심의 획득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납품 후 수정이 극도로 어렵다. 기술변경 요청서 작성부터 승인까지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완벽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소프트웨어 납품 이후에도 유연하게 성능을 개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정동= 국가 예산 약 730조원 가운데 200조원이 조달 예산이다. 이 거대한 조달 시장을 활용해 혁신적인 벤처 기업의 제품을 사줘야 한다. 200조원은 현대자동차 연 매출액보다 크고 한국전력공사 1년 매출액 96조원을 뛰어넘는 막대한 규모다. 부처 반발이 크다면 국방 분야에서 전체 예산의 1%만이라도 혁신 제품 구매에 쓰도록 해야 한다. 1% 혁신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세이프 존에서 면책 규정을 적용받아 안전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홍선근= 국가 전체에 혁신 조달 시스템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전략적으로 육성할 분야나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은 과감하게 밀어줘야 한다. 이는 실제 산업 육성 효과로도 이어진다.

☞숙의토론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