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당정이 차량 '2·5부제' 참여자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 할인 방안을 공개하는 가운데 업계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공영주차장에 5부제 시행 안내문이 게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당정이 이번주 중으로 차량 '2·5부제'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보험료 할인 방안을 발표한다. 업계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지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20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2·5부제 참여자에 대한 차보험료 인하 방안을 내놓는다. 현재 보험개발원이 적정 요율을 산정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이 나올 전망이다.

현재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2·5부제 참여 여부를 확인해 추가적인 할인 특약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보험 가입 고객이 2·5부제에 참여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면 이를 바탕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서약서 제출 여부와 별개로 사실상 실제 운행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스스로 준수 여부를 신고하는 방식의 특약이기 때문에 2·5부제를 어기더라도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보험 가입은 필수인데, 수많은 가입 고객이 2·5부제를 잘 준수하는지를 전수 조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거짓 신고를 통해 보험료 할인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 할인'에 따른 도덕적 해이도 짚어봐야 한다. 이미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일정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마일리지 특약'을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할인 특약까지 신설된다면 중복 혜택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 마일리지 특약의 경우 가입자의 실제 운행 거리를 입증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박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당정의 취지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이미 다른 할인 제도가 정착된 가운데 사후 관리 등 문제점이 지적되는 이번 특약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인하율 2% 안팎일 듯…차보험 적자구조 고착화?

현재 당정이 업계에 제시한 할인율은 2%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보험업계가 지난 1월 5년 만에 차보험료를 올린 뒤 약 3개월 만에 인상 효과가 사라지는 셈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4개 대형 손보사의 차보험 손해율은 86.7%로 집계됐다. 지난해 주요 손보사의 차보험 부문 손익도 약 70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손보업계는 손해율 80%를 차보험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한다. 이를 감안하면 차보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적자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차보험 손해율은 손보사들이 차보험료를 올리는데 활용하는 지표 중 하나다.

이에 업계는 올해 초 1.2~1.4% 수준으로 차보험료를 인상했다. 그간 금융당국의 상생·포용금융에 동참하기 위해 차보험료를 계속 인하했지만 계속된 적자로 5년 만에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2%대 할인율이 적용된다면 적자 기조는 또 다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8주룰' 도입 더 시급…중장기적 접근 필요"

업계는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8주룰' 도입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8주룰은 차사고를 당한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가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을 때 심의를 거쳐야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올해 초 8주룰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행 시점을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 1월부터 수차례 연기된 가운데 다음달 시행 역시 거론되고는 있으나 확정된 건 아니다.

계속된 보험료 인하 외에도 차보험 적자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경상환자 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과잉치료를 막아 보험사는 손해율을 개선하고 소비자는 보험료 혜택을 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는 중장기 손해율을 반영해 결정하는데 단기적인 정책으로 할인 요인이 계속 바뀌면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며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할인 조건, 기간, 적용 범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