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픽]'왕사남'의 여운, 영월 단종문화제
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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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영월에서는 약 600년 전의 비극적 역사를 기리는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남긴 묵직한 울림이 더해지며 고요한 자연 속에 남은 단종의 발자취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단종의 삶과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한 장면을 직접 걷는 기분이 든다. 한국관광공사가 단종문화제와 함께 단종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영월 여행지를 소개했다.
단종문화제
단종문화제는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의 고혼과 충신들의 넋을 축제로 승화시킨 영월의 대표적인 향토문화제다. 1967년 '단종제'로 시작해 60여년간 이어진 역사적 자산이자 지역의 정체성이다. 17세에 삶을 마감한 단종과 64년의 세월을 그리움으로 버틴 정순왕후의 애달픈 서사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조명한 축제는 방문객들에게 역사적 슬픔을 넘어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오는 26일까지 영월군 일대에서 진행되는 이번 축제는 영화 왕사남의 흥행과 맞물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왕의 마지막 길을 기리는 단종 국장 재현과 가장행렬은 축제의 웅장함을 더하고 정순왕후 선발대회, 칡 줄다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전통의 가치를 잇는다. 향토의 맛을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까지 더해져 역사적 서사 안에서 배움과 유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청령포
단종이 유배 첫해 여름, 홍수를 피해 영월 객사 관풍헌으로 옮기기 전까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편은 험준한 절벽인 육지 속의 섬으로 고립된 왕의 처연한 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특이한 지형 탓에 단종의 고독한 서사가 한결 생생하게 다가온다.
청령포 안에는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모습을 기와집 형태로 재현한 단종어소가 자리한다. 어소는 임금이 머무는 곳을 뜻하며 함께 전시된 밀랍 인형은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해 유배 시절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사전 예약 시 영월 토박이 해설사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장릉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로 산을 오르는 듯한 경사 끝에 위치해 한층 더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457년 단종이 세상을 떠나자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몰래 거두어 가매장한 것이 시작으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능까지의 경사가 높은 편이라 방문 시 편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 좋다.
이곳이 여느 왕릉과 다른 특별함을 지닌 이유는 왕의 안식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노산군 묘를 찾아 제사를 올린 박충원의 뜻을 기린 낙촌비각이, 재실 옆에는 엄흥도의 정려각이 자리한다.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268명의 위패를 모신 장판옥과 배식단은 독보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고요한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단종의 삶과 그를 지킨 사람들의 마음이 겹쳐 먹먹한 잔상을 남긴다.
한반도 지형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의 일부로 상공에서 바라본 지형이 한반도를 빼닮았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감입곡류하천인 서강의 침식 작용이 빚어낸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굽이치는 강줄기와 어우러지는 한반도 형상이 한눈에 담긴다. 석회암 지대에서 관찰되는 돌리네와 감입곡류천의 형성 과정 등 자연이 쌓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해가 질 무렵이면 붉은 석양이 강물 위로 부서지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하늘과 강, 산 능선이 겹겹이 물드는 시간대에 맞춰 강물 위로 반짝이는 노을은 영월이 간직한 비극적 서사 위에 찰나의 화려함을 덧입힌다. 일몰 30분 전쯤 방문해 여유롭게 풍광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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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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