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담합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호윤 기자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과점 구조를 악용해 8년간 10조원 규모의 가격 담합을 벌인 전분당 업체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밀가루와 설탕에 이어 가공식품 핵심 원료 전반에 걸친 담합 행위가 드러나면서 소비자 피해가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 기업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전분·당류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3개 법인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2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삼양사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4개사는 전분당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를 기반으로 제품 가격과 입찰 물량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규모는 총 10조1520억원으로 전분당 분야 역대 최대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가격 일반 담합이 7조2980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서울우유·농심·오비맥주 등 대형 수요처 대상 입찰 담합이 1조160억원을 기록했다.


담합 결과 전분 가격은 이전 대비 최고 73.4% 상승했으며 당류 가격도 63.8%까지 올랐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3% 수준임을 고려할 때 담합에 의한 가격 인상폭이 기형적으로 높았다는 평가다. 검찰이 추산한 소비자 피해액은 8년간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9300억원에 달한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과징금이나 벌금만으로는 담합 억제 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가담 정도가 큰 개인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은 앞서 3조원대 설탕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최모 전 삼양사 대표이사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원당 가격 상승 시에는 설탕 가격에 신속히 반영하고 하락 시에는 이를 미비하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