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이 잇따라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투쟁에 나서면서 중소기업과의 양극화 우려가 커진다. 전체 고용에서 중소기업이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 노조의 경쟁적인 성과급 인상 요구가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대규모 성과급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4만여명은 전날 평택캠퍼스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 노조는 현재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인 연봉의 50% 기준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겠다"며 "우리의 당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에서도 전운이 감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30%에 달하는 성과급과 상여금 800%를 요구하기로 했다. 계열사인 기아 노조 역시 현대차와 같은 수준인 순이익의 30% 성과급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노조는 대표적인 거대 노조로 만약 회사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역시 올해 험난한 임금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성과급 상한액 폐지와 기본급 인상(11.14%) 및 현금성 성과급(타결금·격려금) 약 4000만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갤러리아 등 노조가 연대한 한화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성과급 손질·임금피크제 폐지 요구하며 이달 말까지 회사의 응답이 없을 경우 전면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다른 기업들로 성과급 투쟁이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호황으로 고성장을 누린 업종과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보상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올해 대기업 집단에서 촉발된 성과급 문제로 산업 지형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과 회사의 대응 추이를 지켜본 뒤 다른 기업들도 이를 레퍼런스 삼아 연쇄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급 투쟁이 '그들만의 리그'에 그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은 829만8915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며 종사자 수는 1911만 7649명으로 전체 기업 고용의 80.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0.1% 미만이며 종업원 수 비중도 14% 수준에 그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크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조사한 '2024년 임금 근로일자리 소득 통계'에 따르면 기업규모별 평균소득이 대기업은 613만원,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306만원의 격차가 있다. 1년 전 대기업 593만원, 중소기업 298만원으로 295만원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해 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상승률로만 놓고 봤을땐 대기업(3.3%)과 중소기업(3.0%) 사이에 큰 차이가 없지만 절대적인 임금총액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기업 중심 수출 호조세에 따라 향후 통계에서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천문학적 수준의 성과급까지 요구함에 따라 점점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1차 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시장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대기업 쏠림과 중소기업 외면 현상을 고착화하고 소득 불평등과 노동 의욕 저하를 심화시키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근로자간 성과공유제 현황과 발전과제' 보고서에서 "성과급 등 특별급여 차이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로 인해 청년 구직자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현상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 성장정체와 보상 여력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