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삼성전자를 거쳐 자동차·방위산업 등 주요 업종으로 번지고 있다. 업종과 임금체계는 다르지만 요구의 방향은 유사하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수준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부 방산업체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한다고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기류다. 삼성 노조는 오는 23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45조원이 성과급으로 쓰여야 한다. 이 경우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이 5억원에서 최대 7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현대차도 작년 순이익이 10조3600억 원이니, 노조 요구대로라면 3조 원이 넘는 돈을 나눠 갖게 된다. 앞서 노사 합의가 끝난 SK하이닉스도 올해 영업이익을 200조원으로 예상하면 약 20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직원 보상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규모와 방식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 범위를 넘어서느냐다. 기업 이익은 노사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주주의 자본, 정부의 세제·금융 지원, 소비자의 부담, 그리고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까지 여러 요소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성과급 역시 이런 복합적 구조 속에서 균형 있게 설계돼야 한다. 더욱이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직원 개개인의 노력으로만 만들어낸 성과는 아니지 않나.


반도체처럼 경기 변동이 크고 기술 전환이 빠른 산업에서는 호황기의 이익이 곧 불황기의 생존 자금이다. 이를 대규모 현금 보상으로 소진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은 시시각각 재편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단기 호황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파업까지 현실화될 경우 '안정적 공급자'라는 글로벌 평판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보상의 상당 부분을 주식이나 장기 인센티브로 설계해 개인 보상과 기업의 장기 성장 목표를 연결한다. 산업 구조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최소한 보상이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유효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단기 성과에 치우친 보상 경쟁은 결국 기업과 노동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재투자와 상생의 지혜가 없다면, 결국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