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과일소주가 해외 수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베트남 현지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수출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과일 리큐르(과일소주) '에이슬 시리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민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소주가 전 세계적인 저도주 흐름과 맞물린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술로 탈바꿈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수출 매출 1920억원 중 50.3%(967억원)는 과일소주를 포함한 기타제재주가 차지했다. 과일소주 판매량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약 59%를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저도주 중심의 음주 문화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낮은 도수와 다양한 맛을 갖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과일소주가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글로벌 RTD(즉석음용주류)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판매량 기준 연평균 9.4%로 성장했으며 2029년에는 약 77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K푸드와 콘텐츠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속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교민 중심이었던 소비자층이 현지인으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과일소주를 중심으로 국가별 문화와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전략을 통해 브랜드 팬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호주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지 대형 주류 유통채널인 BWS와 댄 머피 1400여개 점포에 '참이슬 후레쉬'와 과일소주 에이슬 시리즈가 입점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호주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말 호주 멜버른에 '진로포차'를 오픈했다. 식음 트렌드 수용도가 높은 멜버른을 거점으로 선정하고 현지 소비자들이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포장마차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에서 소주와 과일소주를 활용한 하이볼과 칵테일, 육회·감자전 등 한국식 안주를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의 확산으로 주류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시점에 과일소주를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며 현지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며 "과거에는 교민 중심 소비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현지 유통망을 기반으로 일반 소비자까지 확산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체 실적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역할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4986억원으로 이 중 10.7%(2674억원)가 일본과 기타국가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전년(10.2%) 대비 0.5%p 상승한 수치다. 과일소주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의 성과가 내수 시장 둔화를 보완한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5번째 수출 전용 제품 '멜론에이슬'을 선보이며 총 7종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멜론에이슬은 미국·일본·베트남·호주·영국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말 가동 예정인 베트남 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물류·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생산기지인 베트남 공장은 8만2083㎡(2만5000여평) 규모로 연간 100만상자의 소주가 생산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베트남 생산공장은 해외시장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단순한 생산 능력 확충이 아닌 물류 효율 개선과 원가 구조 안정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공급하고자 건설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구조적인 비용 경쟁력 제고 또한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