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변경 지정한 김범석 쿠팡 Inc의장. /로이터=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쿠팡 법인'에서 자연인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논란이 된 쿠팡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첫 판단이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대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 총수나 법인을 말한다.


이번 지정은 쿠팡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1년 이후 5년 만의 변화다. 김 의장은 그동안 외국 국적과 친족의 국내 계열사 경영 미참여 등을 내세워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다. 하지만 김 의장의 동생이 국내 법인에서 부사장 직함을 사용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140억 원에 이르는 보수와 인센티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쿠팡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됐다.

동일인 지정으로 김 의장에게는 한국 내 대기업 총수와 동일한 수준의 책임과 의무가 부과된다. 4촌 이내 혈족 등 친인척 주식 보유 현황과 거래 명세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사익 편취가 금지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1980년대 도입된 동일인 지정 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현재는 한국 대표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 쿠팡만 예외로 둘 수는 없다. 이번 조치는 해외 상장 구조를 통한 국내 규제 회피를 막고 기업 경영의 책임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쿠팡 문제는 일개 기업 차원을 넘어선 것도 사실이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행정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미국 기업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며 주미 한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보냈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90명은 "사법주권 침해"라며 주한 미국대사관에 맞불 서한을 보내기로 하는 등 한·미 관계의 민감한 뇌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로선 적법하고 공평한 행정 조치라는 점을 미국 정부와 의회, 그리고 쿠팡 측에 충분히 설명하면서, 커질지 모를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동일인 지정이 최근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등의 문제가 불거진 한·미 관계에 불필요한 갈등 요인으로 비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쿠팡은 미국 상장 기업이지만 입점 소상공인이 30만 명을 넘었을 만큼 국내 유통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쿠팡 문제에 감정적 대응이 결부돼서는 안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공정하고 일관된 행정 조치의 적용이 궁극적으로 불신과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