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3회 국무회의 겸 제10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 출범 1주년 성과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정부가 곧 취임 1년을 맞는다. 이즈음 외견상 지표는 기대 이상이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안정적으로 6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취임 1년 무렵 지지율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가는 1년 새 3배 가까이 뛰어올라 코스피는 8000을 돌파했다. 경제적 역동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줄을 잇는다. 겉만 보면 바야흐로 새로운 도약의 초입에 선 듯하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표의 이면에 드리운 그늘을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증시 호황과 경기 회복세는 반도체와 AI 등 글로벌 첨단 산업의 초호황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이로 인한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산업·지역·계층에 혜택이 편중되고 나머지는 정체·후퇴하는 양상이다. 성과급 사태가 보여주듯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악화일로다. 정부의 공급 확대 약속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가파른 전월세 가격 상승은 서민 경제의 짐이 되고 있다.

음영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정치다. 원내 절대 다수를 차지한 거대 여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보다는 신속한 입법 추진을 앞세운다.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보는 게 아니라 국정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보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법 왜곡죄 도입과 재판소원제 등 거침없는 입법 드라이브는 개혁이라는 명분을 넘어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유증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있다.


더구나 집권 세력은 높은 지지율에 취한 듯 대선 직전과 임기 초의 긴장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이 대통령도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발언과 행동에 거침이 없다. 공개석상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을 언급하며 "우리도 검토해 보자"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외교적 후과가 우려되는 언사였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를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 역시 과유불급이다.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국가 권력이 전면에 나서 한 기업을 옥죄는 것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저서 '권력 중독'에서 "권력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감정의 결까지 아예 사람을 바꾼다"고 경고했다. 권력을 쥐는 순간 대량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강한 쾌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력은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 지금 여당이 거침없는 이유는 이들을 견제할 강력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 견제가 실종된 권력은 안에서부터 곪기 마련이다.

집권 2년차가 되면 5년 임기의 한국 대통령들이 예외없이 징크스를 겪어온 것도 이같은 권력의 속성과 무관치 않다. 정권을 처음 잡았을 때의 긴장감은 풀어지고 이때쯤이면 권력 운용에 자신감이 붙으며 속도를 붙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과속에 따른 혼선과 권력 남용 등 부작용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국민도 2년차부터는 새 정부에 대한 너그러움을 접고 구체적인 실적과 안정감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임박한 6·3 지방선거는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대 가늠자가 될 것이다. 당초 일방적이라고 예상됐던 선거 판세에는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초반 흐름과 달리 영남·서울을 중심으로 보수표 결집으로 해석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른다. 그 촉발제는 여권의 공소취소 특검법안 추진이었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지난 1년간 거대 여당이 추진해 온 일련의 사법 개혁과 공소취소 특검법안 등에 대한 민심의 견제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방통행식 정국 운영에 대한 경고등일 수 있다.

수시로 이 정부에게 직언을 해 온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은 최근 "시국과 상황을 보는 정권의 눈과 국민의 눈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는 "지금 상황이 태평성대 같지만, 이는 곧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겉으로는 태평성대처럼 보일지라도 민심의 저류는 다를 수 있다. 권력이 겸손하고 자중자애하지 않는다면 민심의 역풍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다.